[창간 60주년 특집]한밭벌 대전(大田)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중심도시로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거인이 포효하 듯 우렁찬 희망가의 울림에 도시는 힘이 넘쳐나고 있다. 대전에서 전 국토로 뻗어나간 잘 갖춰진 교통망은 전 국토를 1일생활권으로 묶어주고 동서남북을 연결해 주는 거점도시가 됐다.
국토의 중심부인 지정학적 위치의 대전은 외부인에 개방적이고 포용력있는 시민의식에 힘입어 지역간 갈등을 녹여주고 국민들을 소통시켜 주는 소통도시의 창구이기도 하다. 정부대전청사와 대덕연구개발특구 조성으로 대전은 행정과 과학도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전시는 자운대, 군수사,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중추기능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가정책을 시행하고 조정할 정부 중앙부처가 입주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배후도시로서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해 나갈 수도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해 나가는 제2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대전은 국가의 미래 신성장동력과 먹을거리 창출 기반이 될 대형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확정돼 도시발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말그대로 대전은 행정과 과학, 국방, 교통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 중도(中都)시대 개막을 알리고 있다.
대전을 주축으로 한 중도시대 개막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소외되고 역대 정권의 지역개발에서 홀대받았지만 한밭벌은 시나브로 국토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약속의 땅'을 일구듯 도시의 역량인 내공 쌓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 중도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국책사업의 유리한 형국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정에서 밀려나는 설움을 톡톡히 겪은 대전은 미래 도약을 위해 도시역량을 다졌고 이렇게 모아진 도시 역량은 결국 수정안 논란으로 행정중심도시 백지화 위기까지 치달았던 세종시 건설의 원안 관철을 이끌어 냈다. 세종시의 배후도시로서 대전시민들이 누릴 수 있었던 감격은 그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채워진다고 했던가? 정부의 대형국책사업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서 세종시 중심의 충청권 유치를 위해 대전, 충남·북이 힘을 합친 결과 대전시 신동·둔곡지구에 과학벨트 거점도시가 유치되는 경사를 맞았다.
대전이 과학벨트 거점도시로 조성되면 새로운 도시 발전동력을 얻게 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 함께 한국 과학기술의 선도도시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선사시대 대전 갑천에 둥지를 틀고 석기문명을 일구었던 고대인들의 문명 점화 노력은 중도시대의 21세기 문명 개화로 이어져 빛을 보게 됐다. 지정학적 요충지로 고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선을 맞대고 선점하려던 대전 땅은 '중원의 수도'로 거듭나게 됐다.
중도시대의 서막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민의 치열한 노력과 땀의 결정체다. 세종시 원안 추진과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노력 등 지역 구성원들의 단합된 힘이 모아져 결실을 맺게 됐다.
중도시대 개막은 본보가 1951년 태동때 제호에 담은 '우리 국토의 중심이며 신도시로 넉넉한 터전을 지닌 대전에 중도(中都)를 건설하자'는 창간철학이 실현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제호에 담긴 본보의 창간철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계획으로 이어졌고 정치권에 수도이전 논쟁을 일으켰으며 1990년대 정부대전청사 건립 배경으로 작용했다.
중도시대 서막은 대덕연구단지 조성이 신호탄이었다. 과학입국(科學立國)의 명제 아래 1973년 대통령의 지시로'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돼 5년간의 조성공사 에 1978년부터 연구기관 입주를 시작해 단지 조성을 마쳤으며 그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법적 지위가 강화됐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민간연구소, 카이스트 등이 들어선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2만여 명의 연구진이 미래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조성으로 대전은 고학력자들이 몰려들어 박사가 흔한 도시가 됐다.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듯이 대전에선 박사학위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입지는 대전을 과학도시로 우뚝 세웠으며 과학벨트 거점지구 확정에 큰 기여를 했다. 정부대전청사가 대전에 들어선 것도 대전의 도시 위상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 대전에 전입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여타 도시에 비해 대전의 주거, 교육 등 생활여건에 크게 만족해하며 대전시민으로 안착해 가고 있다.
중도시대를 맞아 대전시의 변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대전의 미래를 뉴욕과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살려 우수한 환경·과학·교육이 접목된 창조형 도시로 설정했다. 풍부한 예술적 환경과 창조성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어 경제적 발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부자도시를 창출하기 위해 마이스(MICE)산업과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사람들을 불러모아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기위해 내년에 대전세계조리사대회와 푸드&와인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식세계화 등 음식문화와 우리음식 유통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중도시대를 이끌 '신중심 도시 대전'의 미래는 밝다. 그 결과는 시민들의 손에 달렸다.
김덕기 기자 d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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