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가계는 물론, 부동산 시장으로까지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농협과 하나은행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 18일 신규 가계대출은 당분간 전면 중단하거나,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잔액을 전월 대비 0.6% 이상 넘지 마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실제, 농협은 지난 17일 기준 8월 대출증가율이 7월에 비해 0.84% 증가했다. 0.6%를 훌쩍 넘긴 것이다.
신한은행도 8월 대출증가율이 7월에 비해 0.57% 늘어 기준선인 0.6%를 코앞에 두고 있다.
우리와 기업, 국민 등 주요 은행들 역시 월 0.6% 증가율이라는 기준 때문에 신규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시중은행 전체로 대출 중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출 중단 사태에 따른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시중은행들에 대한 가계대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적이 없고, 가계대출 중단에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지난 19일 금융당국이 밝힌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종합 대책 발표 후에 일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계속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 기준을 제시한 것뿐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대출 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우리가 스스로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설리는 없지 않느냐”며 “당국이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대출 중단도 해제하라고 했다지만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부행장 등과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시행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신규 가계대출 중단보다는 기존 대출 상환을 통해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상환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서민이나 실수요 대출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또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월별 가계대출 취급계획을 마련하고, 특판 금리,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동원해 일선 영업점들이 대출을 늘리는 행태는 자제해줄 것도 요청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신규 입주아파트 집단대출은 물론, 특판상품 개발이나 판매는 당분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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