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윤수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교수 |
우리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언젠가 방문하고픈 동경을 갖는다. 그리고 위험한 '뉴욕'마저도 다문화의 상당한 감성 때문에 방문동경을 품는다. 그뿐인가? 가까운 일본의 '교토'는 천년고도라는 감성별명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부산'은 항구라는 태생감성을 지녔고, 광주는 예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에 반해 대전은 '과학'이라는 이성매력이 풍부하다. 그런데 과연 이 과학이 외부방문을 이끌 매력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과학이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신뢰개념이어서 현대인들에게는 거의 종교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여가시간을 그 과학에 할애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잘생겼다고 하는 것은 감성사안이지 결코 이성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잘생긴 사람이라는 평가는 결코 이성평가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미 공중파에서 사라진 '미스코리아'의 평가기준은 외모라는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외모가 출중하지만 멍청한 자를 가리기 위해 사회자가 대화를 시도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부위별 외모이며, 가끔 수상영광을 미용실원장에게 돌리는 것을 보면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은 그 감성의 도시로서 잘 생겼다기보다 머리가 좋은 도시라는 것이 더 타당하다.
물론 대전의 이미지본질에서 과학산업의 시장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 중인,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대전을 거점으로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도 거주자와 방문자와의 아무런 교류없이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인간의 교류는 항상 과학진보만을 꾀하려고 만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부의 고학력자들이 이성 즉, 과학진보 때문에 가끔 만날 뿐이지 일반인은 낭만적인 감성도시를 더욱 광범하게 방문한다. 따라서 과학은 관련자의 단순시찰 말고는 보편방문을 이끌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유치된 대전의 과학산업을 철회하거나 완전개조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전이라는 도시의 방문매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학도시인, 대전을 오히려 감성의 물리적 외모로 알리자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 '김박사'가 그 거대한 과학의 결정체, '태권브이'를 탄생시켰던 곳이 바로 감성이 풍부한 시골마을이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역이용의 감이 올 것이다. 결국 많은 만화와 영화에서 과학탄생은 감성매력이 풍부한 도시에서 비밀스럽게 탄생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외부인들은 대전을 숲이 많고, 한옥도 꽤 있어서 역사를 느낄 수 있으며, 그래서 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하여 신비한 예술 활동이 왕성한 도시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그 감성유지는 과학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그 신비한 재미 말이다. 대전역에 내리는 순간 멋진 우주항공기모양의 시내버스가 지나다니고, 역시 우주비행사제복의 시내버스기사의 친절, 인공생태공원과 인근에 위치한 한옥온천호텔, 그리고 거기서 묵으면서 인공바다를 만끽하는 도시, 즉 겉으로는 감성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과학이 숨어있는 도시 말이다. 이런 도시라면 사람들이 기꺼이 여가시간을 대전에 할애 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까지의 얘기가 실현이 어려운, 그래서 유치한 태권브이적 공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문매력이 없는 대전의 현실에서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의 방문이 그리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노후된 엑스포공원, 비로소 아파야 온다는 의료관광, 정말 재미없고 방문자와 무관한 대덕연구단지, 사정없이 지루한 거대 아파트의 숨 막힘. 번듯하지만 그들이 전혀 없는 벌판공원 등등은 도시의 방문매력을 유발시킬 수 없다.
미안하게도 필자의 일가친척들은 이번여름에 항구도시인, 부산이나 예향의 도시광주, 한옥도시로 유명한 전주를 고려했던 것 같다. 아마 과학도시인, 대전을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어린 시절의 로봇 태권브이의 비밀기지가 사실 대전 갑천이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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