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술 연정국악문화회관장 |
폭우 '비' 가 만들어내는 '물' 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많은 의미를 주곤 할 것이다. '물로 봐?' 이 말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것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이 말에는 별 가치가 없다고 보거나, 소중하게 보지 않는다, 언제나 있는 것 등을 전제하는 말인 듯한데 폭우 비, 물의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소자연인 우리 인간은 더욱 겸손해야 함을 확인하게 하며, 앞으로 대화의 말 한마디에도 담겨진 뜻을 깊이 생각하고 행동을 하게 한다.
올해는 유례없는 많은 비가 내림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남기고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강원 등 중부지역을 휩쓸고 간 수마의 상처가 참혹했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듣고 확인했다. 기상관측 사상 104년 만의 물 폭탄이라는 표현을 했다. 평소 부자동네로 지칭되는 강남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고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도 속출했던 것을 보면서 머리를 스치고 가는 것은 정말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무섭고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농민들의 경작피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마라는 말이 필요 없게 되고 이제는 우기(雨期)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모두 우리들의 일이고 우리 가족, 친지, 국민들의 일이다. 중국역사도 황하강의 범람에 따라 왕조의 역사가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이런 황하강의 치수가 중국의 역사라고도 하지 않았나.
그러니 폭우의 원인과 그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고 자세가 아닌가 싶다.
폭우와는 또 정반대의 찜통더위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폭염 기승이 문제다. 한낮의 온도가 34, 35를 오르내리며, 실내 온도도 31 이상을 가리키는 무더운 폭염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촌도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는 열사병을 유발해 직접 사인이 될 수 있으며 열사병은 뇌와 콩팥 등 장기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더위가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신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고 한다. 그러나 무더위가 없다면 가을의 청정날씨가 있겠는가? 무더위 속에 들녘의 곡식들이 익어 갈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자원들이 된다는 것도 생각할 줄 아는 삶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무더운 폭염의 짜증보다는 하루의 내 삶이 소중해지고 풍요해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에서 폭염을 이겨 내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금년의 폭염의 수확인 듯하다. 기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또한 금번의 폭우와 폭염의 덕이 아닌가 생각 된다.
그간의 삶이 어쩌면 모두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 지금은 우산 장수와 소금장수를 하는 두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어느 하나 멀리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우리가 이 자연섭리에 잘 대비하고 감사해야 할 소중한 것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이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이상기후의 원인이라면 그것도 우리가 원인행위를 제공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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