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짜리 명품백을 5만원만 내면 2~3일간 내 것처럼 쓸 수 있다. 값비싼 장난감이나, 관리하기 어려운 수족관도 잠깐 빌려 쓸 수 있다.
바야흐로 렌탈, 일명 대여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단순히 장난감에 국한되던 대여 서비스는 인기를 타고, 각종 생활용품에서 명품, 옷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여물품 다양화=부쩍부쩍 자라는 아이들에 맞춰 고가의 장난감을 제때 구입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몇년만 지나면 금방 싫증을 내는 아이들로 인해 장난감 구입은 늘 주부들의 고민 대상.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장난감 대여점이 속속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장난감 대여 택배서비스까지 등장했다.
1만원 안팎의 장난감부터 20만~30만원이 넘는 장난감들은 대여점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관리가 어려운 수족관 대여도 인기를 끌고 있다. 50만~100만원 대의 고가의 수족관을 한달에 5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대여가 가능하다. 물갈이나 디스플레이, 청소의 번거로움 역시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관리해 준다.
야외 활동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러닝머신과 같은 운동 기구의 대여도 인기를 끌고 있다.
100만원대의 러닝머신의 한달 대여료는 5만~8만원선.
잠깐 동안 빌려서 기를 수 있는 애완견이나, 가족행사 등 중요한 모임을 위해 잠깐 필요한 실내화단 대여까지 렌털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여의 정석 '명품대여' 각광=여자라면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코앞인데 변변하게 들고 갈 가방이 없다'거나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가방이라고는 낡은 천가방 뿐'인 난감한 상황을 한번은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하는 명품 가방을 덥썩 살 수도 없다.
모임때마다 명품 가방을 바꿔 메고 오는 친구의 경제 사정이 문득 궁금해 진다.
명품이 일상생활화 되면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원래 가격의 1.5~3%만 내고 대여할 수 있는 명품 대여숍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방의 종류와 인기 정도에 따라 대여 가격은 다르지만 보통 3일 기준으로 10만원 안팎이면 유명 명품백을 내 것처럼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은 물론 주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 대여숍의 경우 신용조회에 동의해야하고 대여시 주민등록증 등을 맡기는 등의 까다로운 대여 절차를 운영하지만 인기 명품의 경우 몇달은 기다려야 할 만큼 대기자수도 많다.
주부 박성주(42·서구 관저동)씨는 “얼마전 아이의 학교 모임에 다들 명품 가방을 들고 나와서 주눅 든 경험이 있은 뒤로는 학부모 모임이 있을때는 명품 대여숍을 이용한다”면서 “명품이 어차피 보여주는 의미도 커서, 비싸게 가방을 다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빌려 쓰는 것이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이트도 인기=대여가 인기를 끌면서 의류와 유아·아동용품, 도서, 스포츠 용품 등 특정 아이템만을 대여하는 온라인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면접이나 중요한 회사 행사때마다 정장 구입이 꺼려지는 취업 준비생과 직장 초년생을 대상으로 '코소'는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용 정장을 대여한다.
휠체어를 대여하는 '메디컬렌텍'은 구매가의 20~30% 수준에서 휠체어를 빌릴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여 물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여 물품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반납시 파손에 대한 수리비 등을 지급해야 하기때문에 당초 생각대로 마음껏 이들 물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품의 경우 스크레치나 갑작스런 비라도 오는 날 메고 나갔다가 크게 낭패를 당할수도 있어 물건을 대여하는 날부터 반납까지 마음이 편치 않다는 소비자들도 부지기수다.
주부 송지나(38·중구 목동)씨는 “유행도 계속 빠르게 바뀌고 필요한 물품을 모두 다 구입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커서 몇년만 필요한 물품 들은 우선 대여 물품을 최대한 이용한다”면서 “가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가끔은 내가 대여 물품을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