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시의회 주민참여예산 '갈등'

시의원 16명 발의 별도조례안 제출… 통과 유력시 市 “시민단체 의견 대폭 수용… 수정안 제시할 것”

천안시가 입법예고한 주민참여예산제가 '정부 표준안도 지키지 않았다'는 시민단체 반발 속에 천안시의회가 별도의 조례안을 전격 제출했다.

시는 이에 따라 기존 입법안에 시의회와 시민단체 요구를 대폭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전체 21명 가운데 16명의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 통과가 유력시돼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행정의지만 훼손됐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졌다.

천안시의회는 전종한, 조강석, 정도희, 황천순, 이숙이, 신용일 등 16명의 시의원이 공동 발의한 '천안시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의 안건을 상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조례안은 19일 운영위원회와 오는 30일 총무복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으로 이미 절대다수(76.3%) 시의원이 발의에 참여해 통과가 확실시된다.

조례안은 시민참여예산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정원의 2분의1 이상을 공모로 선발토록 했다.

위원장과 분과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선출하고 읍면동별로 자율적인 지역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정착을 위해 지원단도 구성토록 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입법예고된 시의 조례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는 위원장과 분과위원장 모두 부시장과 담당 실·국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해 관주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모위원도 정원의 3분의1 이상으로 적었고, 지역회의와 추진단 구성은 부정적 이었다.

하지만, 시의회가 새로운 조례안을 발의하자 시는 입장을 대폭 수정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크게 후퇴할 예정이다.

지역회의 구성만 강제규정 대신 임의규정을 채택도록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있다.

이처럼 시의 뒤늦은 절충안이 시의회와 합의를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시의회는 집행부 입법안이 상정되면 상임위서 심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동폐기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8개월 동안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이 논의과정에 참여해 협의안을 도출하고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조례안을 단독 입법예고한 시의 처사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종한 시의원은 “집행부가 지역사회 광범위한 민주적 논의과정을 무시하는 태도에 많은 시의원들이 공분하고 있다”며 “집행부와 합의해 조례안을 처리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합의안대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입법예고안의 쟁점 대부분을 시의회와 시민단체 요구에 맞춰 수정할 계획”이라며 “지역회의만은 절차상의 복잡성 등을 피하기 위해 강제보다 임의규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장이 다음 달 9일까지 관련 조례를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천안=맹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