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학교 주변의 싼 방을 살피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비교적 시설이 깨끗하고 쾌적한 신축 원룸 등을 선호하지만 김씨는 부모님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푼이라도 싼 방을 찾고 있다.
김씨는 “2학기 때 등록금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치권에서 논쟁만 계속되고 학교 또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등록금과 생활비 등 부모님 부담이 커 조금이라도 줄여 드리기 위해 싼 방을 구하고 있다”며 “물가가 워낙 상승해 형편에 맞는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B대학에 다니는 유모(25)씨도 지난달 말 전세 기간에 끝나 새로운 방을 구하느라 분주하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주인 아주머니를 잘 만나 싼값에 전세로 있었지만 최근 방을 구하러 다녀보니 전세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월세여서 난감한 상황이다. 받아든 전세금이 몇푼 되지 않지만 월세를 내다보면 남는게 없기 때문이다.
유씨는 “학교 주변이 대부분 월세로 전환돼 부담이 더 커졌다”며 “등록금에다가 방값, 생활비까지 부모님 뵐 면목이 없지만 취업시장 역시 녹록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하소연과 더불어 집주인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08년부터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이 확산되면서 방값 인상을 자제했고 올해 역시 방값을 거의 올리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큰 부담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에서 14년째 하숙과 자취를 운영하는 조모(여·63)씨는 “대학 등록금이 워낙 비싸 학생들이 방값에서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월 35만~40만원에 예전 같으면 어림없었던 에어컨과 세탁기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만큼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10년새 물가 인상 폭이 어마어마한테 학생들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방값 인상을 억제해 왔다”며 “우리도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생업인데 어느 정도 이익은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학생들의 방 구하기 전쟁은 학생 수에 비해 기숙사가 부족한데다가 이마저도 신입생 위주, 성적순으로 입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입생을 둔 학부모들은 대학 등록시 기숙사 입주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학부모 이모(52)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에 진학한 딸아이의 기숙사 입주를 위해 온갖 인맥을 다 동원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기숙사가 안전하고 부담도 덜해 대학들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증축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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