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차 주부 이숙영씨가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 교사 지원 이후 이용할 교육자료를 점검하는 등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이씨는 유아교육학 전공과 어린이집 교사 경험을 살려 평소 자녀들에게 교육해왔던 '마인드 노드 사고법'과 '아이폰 일기 및 아이패드 가족앨범' 등의 신개념 교육 콘텐츠를 내세워 돌봄교실 교사에 지원한 것이다. 이씨는 “자녀들이 자라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않다”며 “사회생활을 그만둔지 오래됐지만 새롭게 도전해서 가계에 보탬도 되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불안으로 가계 재정이 쪼들리자 살림에 보탬도 되고 못다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취업전선에 나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의 교육비 증가때문이다.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사는 대학생들의 경우 토익, 토플 및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 등 학원에 1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어린이집 및 사설 유치원 등 정부의 보육료 지원 역시 턱없이 모자란데다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부담 등 주부들의 근심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는 형편이다.
급등하는 물가 역시 주부들을 마냥 집안일에 붙들어 놓을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마트에 나가면 오르지 않은 품목을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제 금융시장 불안 심리 역시 언제 주름진 가계에 폭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계 형편을 타개하기 위해 주부들이 일자리 전선에 나서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20년 가까이 집안 살림만 해온 오모(47·대전 서구 둔산동)씨는 최근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이렇다할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씨는 “솔직히 자기소개서도 쓸 줄 몰라 당황스럽다”면서 “보험 영업이나 화장품 영업 쪽을 알아보고 있지만 잘 할 수 있을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남편 급여만으로는 살기가 어려운 만큼 주부들이 만능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는 집안 살림과 일정한 수입을 함께 얻을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주부 박모(40·유성구 탑립동)씨는 지난해 천연비누 제조사 자격증을 취득해 인터넷 오픈마켓에 제품을 판매중이다. 일반 비누보다 5~6배 비싼 천연비누지만 아토피 치료 목적으로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한달에 수십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정에서 비누를 만들 수 있어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자녀 돌보기도 가능해 만족스럽다.
유성구 전민동에 있는 로얄네이처 대전교육원은 문을 연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박씨 같이 가정과 부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50여명의 주부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주부들의 일자리 찾기가 충분한 준비없이 의지만 앞세울 경우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닌 가정은 물론 일도 그르치는 '일거양실(一擧兩失)'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영 로얄네이처 대전교육원장은 “주부들이 비용을 들여 자격증 등을 취득하려고 하면서도 이후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부터 먼저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 관리와 가정의 안정 등을 생각하며 주부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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