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권은 일제히 과학벨트 성공 조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문제 인식과 해법에 있어서는 시각 차를 드러내며 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논란의 발단이 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 삭감에 대해 여야의 입장 차가 극명하다.
여당은 2017년까지 5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정부 계획에 변함이 없는 만큼 예산 삭감 또는 축소가 아닌 시기 조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야당은 일제히 현 정부의 과학벨트 추진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비판으로 맞서고 있다.
부지매입비 분담 문제에 대한 입장과 시각 차도 첨예하다. 한나라당은 대전시가 향후 여타 예산 분담에 있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먼저 부지매입비 일부분의 분담을 제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과학벨트가 정부 지정의 국책사업임을 들어 부지매입비 분담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과학벨트가 정부 추진 사업임에도 지역 내에서 정치권이 앞서 '집안 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관련 논란이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대전시당은 16일 논평을 내고, 공청회를 통한 해법 모색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날 “과학벨트 예산삭감 및 부지매입비 문제가 본질을 벗어나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고 있다”며 “서로를 탓하고 비교 사례로 적당한지도 모르는 타 지역 국책사업을 무기삼아 싸움의 판을 키울 것이 아니라 더 큰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기 전에 차라리 공론화 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어 “같은 사안을 두고 해석하는 시각이 다른 각 정당이 한자리에 모여 거리를 좁히는 것도 좋고 전문가들의 토론회도 좋다”며 “과학벨트는 충청인과 대한민국이 먹고사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공청회를 통해 지금의 논쟁을 슬기롭게 해결할 것인지 여론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도 이날 “부지매입비 논란은 백해무익한 논란”이라고 일축하며, 논란 해결과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 복원을 위한 '범정치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지매입비 논란은 어처구니 없는 것으로 과학벨트는 지역개발 사업이나 공모사업이 아닌 정부 지정사업으로 모든 비용은 중앙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쓸데없는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각 정파가 힘을 합쳐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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