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역사에 자리한 풍경화를 관통하는 이만우 작가의 작품은 논바닥을 사실적으로 연출한 농지화다.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농지화는 회화의 본질인 색과 붓으로 연출됐다.
생명의 근원이자 자연의 진리인 농지의 논바닥은 농사철을 알리는 녹색의 봄으로, 벼들이 자라는 푸른 여름 논농사로 변신한다.
이 작가는 쉽고 흔하게 접하는 한국의 농촌이 매우 세밀하고 치밀하게 산출된 붓 자국으로 연출했다.
세필로 그려진 사실적 논바닥은 분리와 종합의 형상적 구성법으로 점철되어 작가가 바라보고 선택한 농지는 이렇듯 회화의 시각적 논리와 이미지의 세계로 변신한다.
수확의 계절인 황금 물결의 벼농사, 논바닥에 흩어져 있는 볏짚들 혹은 앙상하게 뿌리만 남아있는 벼, 논바닥을 휘저으며 지나간 트랙터 바퀴의 흔적들이 사실적으로 작품에 재현됐다.
이렇듯 이 작가의 작품은 거대한 자연도 아니고 신비스러운 자연의 현상도 아닌, 더더욱 문명화된 자연에서 벗어났다.
일반적이자 보편적인 한국의 전형적인 논바닥으로 관객과 조우하기를 시도하는 농지화다.
그간 작품들에서는 오브제와 붓질의 회화가 충돌하는 양상을 즐겼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성을 강조한 붓질의 회화에 역점을 두고 평면회화에서의 붓질이 갖는 의미를 재해석 하고자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흔히 봐오던 한국의 농촌이 매우 세밀하고 치밀하게 산출된 붓 자국으로 연출돼 아찔하기까지 한 대상에 대한 관찰력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논밭의 어느 한 부분을 부각해 그리고 이리저리 굴곡지고 자유롭게 뒤엉켜 있는 대상들로 인해 추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은 이 작가의 작품에 특별함을 더욱 부여하고 있다./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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