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구곡과 용산구곡은 중국의 주자가 경영하였던 무이구곡을 본떠 조성되었으며 수신제가(修身齊家) 하려는 유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계룡산의 서쪽 갑사계곡 일원에 조성되어 있는 갑사구곡은 제1곡 용유소(龍遊沼) 제2곡 이일천(二一川) 제3곡 백룡강(白龍岡) 제4곡 달문택(達門澤) 제5곡 금계암(金鷄嵒) 제6곡 명월담(明月潭) 제7곡 계명암(鷄鳴巖) 제8곡 용문폭(龍門瀑) 제9곡 수정봉(水晶峰)으로 되어 있다. 용유소(1곡) 백룡강(3곡) 용문폭(8곡)에 나타난 '용(龍)'과 금계암(5곡) 계명암(7곡)에 나타난 '닭[鷄]'을 볼 때 주역으로 계룡산의 입지성과 상징성을 풀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룡산 북쪽 상신계곡에 설정된 용산구곡은 제1곡 심용문(尋龍門) 제2곡 은룡담(隱龍潭) 제3곡 와룡강(臥龍剛) 제4곡 유룡대(遊龍臺) 제5곡 황룡암(黃龍岩) 제6곡 현룡소(見龍沼) 제7곡 운룡택(雲龍澤) 제8곡 비룡추(飛龍湫) 제9곡 신룡연(神龍淵)으로 되어 있다.
각 곡의 중심 테마이자 컨셉트가 '용'이 태어나서부터 승천할 때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국내 여타 구곡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흥미로운 발상이다.
갑사구곡과 용산구곡은 각각 조선 말기 간옹 윤덕영(1927년)과 취음 권중면(1932년)이 5년의 차이를 두고 계룡산 계곡에 조영한 구곡원림으로, 전자는 개인의 풍류에 젖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했던 반면, 후자는 한일합방의 비보에 관직을 버리고 반포면 상신리에 들어와 용의 일생을 비유해 해방의 그날을 표현하고자 했다.
계룡산이 단순한 우월적 경관이 아닌 다수의 역사와 문화가 포함되어 있음을 바로 보는 것은 국립공원의 가치 제고와 문화감수성을 상승시킬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무더운 여름 계룡산 갑사구곡과 용산구곡에서 아무것도 채우지 않아도 되는 넉넉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김연·국립공원관리단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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