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옥란 편집팀 차장 |
성범죄자들 상당수는 여성들의 노출 의상 때문에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분노한 여성들의 시위가 최근 서울에서 있었다. 바로 '성범죄의 원인이 여성 노출이 아님'을 주장하는 '슬럿 워크(Slut Walk)' 시위였다. '슬럿 워크'는 올 초 캐나다에서 한 경찰관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옷을 매춘부처럼 입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운동이다.(슬럿(Slut):단정치 못한 여자, 품행이 좋지 못한 여자, 매춘부)
사실 여성의 옷차림과 남성의 성폭력에 관한 논쟁은 오래된 이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여성의 야한 옷이 남성을 자극시키고, 그런 자극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상 여성도 그런 성폭행을 유발시킨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성들은 '우리는 옷을 마음대로 입고 다닐 권리가 있다. 남성들의 시선 때문에 우리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 이러한 '성적 자극 vs 옷 입을 권리'가 이번 슬럿 워크가 일어난 가장 핵심적인 이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피해의식은 누가 만들었는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자신의 성적인 욕구에도 맞서지 못하는 남성들을 감싸기 급급한 문화가 실제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성범죄가 희생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 야한 옷을 입었다고 곧 성폭행의 대상이 돼도 된다는 남성들의 인식에 당당히 반기를 든 '잡년'들을 기꺼이 지지한다.
/현옥란·편집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