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지금은 현대화, 도시화에 밀려 많은 부분 형태가 상실되기는 하였지만, 전통적 의미의 마을에 공공 공간으로서의 마을 광장은 오랜 세월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문화의 원형을 찾거나 우리 유전자에 녹아들어 있는 문화적 코드를 찾을 때 마을 광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대전의 광장 문화는 그 역사가 일천한 관계로 광장이 갖는 그것의 문화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고 마냥 세월 탓을 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그 광장에 기대어 사는 공동체 구성원(시민)들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지금의 우리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엑스포 남문광장에 가보면 전에 평평한 광장이었던 것이 3층 높이의 큐브형 건물이 우선 시야를 막고 서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로 거대한 크기의 'ㄷ'자 모양의 철구조물이 세 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최근 준공한 무빙쉘터(Moving Shelter, 움직이는 그늘막)다. '엑스포 남문광장 재창조사업' 일환으로 195억원의 예산으로 2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름도 '엑스포 시민광장'으로 바꿨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큐브형 건물은 다용도 건물로 쓰고 거기에 이어서 만들어진 야외공연장(3000석 규모)과 가로, 세로 45m, 높이 21m 크기의 무빙쉘터 3개 동이다. 규모도 크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한 측면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공간 재창조 사업이라고 하면 또 다른 건축물을 많이 세워 색다른 용도로 쓰이기 위한 것들이 많은데 이번 엑스포 시민광장의 경우는 그래도 비어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낸 것 같아 반갑다.
그런데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놓친 부분이 많아 걱정이다. 우선 200억원이 다 되는 혈세를 투입해서 이것을 꼭 했어야만 하는 시급성이나 필요성이 있었는가 하는 부분은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리저리 따져 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백번 접어서 생각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 만들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를 운용할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정말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규정이 있어야 이를 운영할 예산도 확보하고 인력도 충원해서 운영할 텐데 그런 것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이런 규모의 시설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이나 장기적 전망도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시설만 지어놓으면 그 안의 내용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인가? 3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은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무빙쉘터는 그저 야외공연장의 비나 햇빛 가리개로만 활용할 것인가? 그늘막은 그 자체가 공연이나 행사 등의 중요한 무대가 될 수 있을텐데 그에 대한 활용 방안은 구축되어 있는가? 이런 문제들을 최근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정리된 것이 없다고 한다. 이제부터 채워 나가려고 한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작은 문제점은 앞으로 보강하고 보완하면 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지적한 운영에 대한 기초적인 준비를 공사하는 2년 반 동안 마련했어야 했다.
엑스포 시민광장이 시민들의 많은 혈세가 투입된 만큼 대전시는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방치된다면 전임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나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고 말 것이다. 잘 보완해서 대전의 좋은 광장문화가 꽃피길 기원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