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체험교실 50번째 연탄봉사 참가모습 |
돈만 주면 연탄장사들이 배달하는데 구태여 직접 배달을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불우이웃들과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연탄 배달에 나선다.
권씨는 이날 대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대전봉사체험교실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하면서 땀을 흘리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권씨가 직접 몸으로 뛰며 봉사를 하기까지 이들 장애인들과의 인연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씨의 남편 노계동(57)씨는 충북 보은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충북지역에서 오랜시간 자리를 잡고 의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고, 부인 권씨는 시댁인 대전지역에 영화관 문을 열었다.
둔산동에 영화관을 개점한 권씨는 어느날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들이 영화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1998년 당시만 해도 장애인 편의를 위한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던 터라 계단식으로 된 영화관이 대부분이었다.
권씨는 장애인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궁금했다.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도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이어졌지만, 꿋꿋이 매번 개봉 영화때마다 영화관을 찾는 장애인들이 고마웠다.
그는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한 마음으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을 수리하고, 영화관 좌석을 떼서 휠체어를 탄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초대권도 나눠주며 장애인들을 배려했다.
“휠체어를 탄 관객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셨어요. 비용이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잘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씨의 이런 마음을 아름답게 여긴 서구의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권씨와 대전지체장애인협회를 연결,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접 헌신하는 봉사는 물론 사정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있으면 무료로 병원 진료와 병원비를 부담해주고, 정기적으로 필요한 용품도 구입해 나눠주고 있다.
그는 장애인협회에서 이렇게 봉사한 덕에 봉사단의 ‘대모’로 불리고 있다. 봉사단 내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분쟁거리가 생기면 권씨는 서로의 입장을 조절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작복(作福)이라고 하죠. 복을 지어야 다음 세대가 복을 받는거라 생각해요. 제가 따뜻함을 베풀면 다음세대 사람들도 베풀줄 아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거라 믿어요”라고 말한다.
어린시절부터 친정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며 자라 권씨에게 봉사는 습관처럼 자연스레 몸에 뱄다.
4명의 아이의 엄마로, 병원 내 200여명의 식구들을 책임지면서도 장애인들의 엄마까지 도맡은 권씨의 모습에 ‘참 나눔’의 세월이 선사한 행복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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