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정부는 소위 준칙주의라는 대중영합적 정책을 통해 전국에 대학설립인가를 남발하면서 대학숫자가 우후죽순격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비리사학도 준칙주의에서 유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가 넘는다. 특히 전문계고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도 70%를 넘어 본래의 교육목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대학진학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 고교 졸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학에 간다는 의미인데 미국 등 해외 주요선진국의 대학 진학률이 50% 안팎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처럼 높은 대학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육수준,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에 못 미치고 고학력 실업자 비율도 높아 '학력 인플레'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2분기 50대 여성 고용률은 59.3%로 같은 시기 20대 남성과 여성 고용률 각각 58.5%, 59.2%를 넘어섰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학을 졸업한 20대자녀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어 나이든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취업전선으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졸 취업률은 50%정도에 머물고 있다. 집집마다 대학을 졸업한 자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각종 스펙쌓기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다 보니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대학평가지표에 취업률을 반영하면서 대학마다 취업률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당초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창출해서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나친 학력인플레가 청년들의 눈높이를 높여 웬만한 직장에는 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구인난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구인 구직 불일치 원인중 하나가 학력인플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졸자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자리를 대졸자가 차지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다. 기업이나 은행에서 대졸자를 선호하다 보니 전문계고교의 상당수가 이미 인문계로 전환해 버린 경우도 있다. 탄탄한 실력으로 사회에서 환영받던 전문계 고교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기에 금융권이나 공기업에서 고졸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인재로 대우받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낸다. 우리 청년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마련이 선행되어야 학력인플레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대학교육도 그러한 사회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고졸자만 선발해서 교육시키는 패턴을 벗어나 기업과 연계하여 고졸사원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우수 고졸 인재 채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력이 아니라 자격과 능력을 기준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국민전체의 의식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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