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인드 |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난간에 붙잡고 계단을 오르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치약을 손가락에 짜서 다시 칫솔에 묻혀 이를 닦는 장면은 세심한 조사가 느껴진다. 물론 그녀는 자주 비틀거리고 자주 넘어진다. 그래도 시각장애인인 수아가 청각이나 후각으로 사물을 감지하는 걸 절묘하게 포착한 장면들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많아요” “마음의 장애가 진짜 장애지, 눈 하나 안 보이는 건 장애도 아니예요”하는 상투적인 대사도 수아의 밝은 태도와 침착한 행동이 겹쳐지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는 설득력을 지닌다.
‘블라인드’는 그러나 장애인의 인간승리를 다룬 극복 드라마가 아니라 스릴러다. 수아가 겪은 사고를 목격했다는 기섭이 나타나고, 택시라고 주장하는 수아와 달리 기섭은 외제승용차라고 맞서면서 스릴러의 모습을 갖춰간다. 수아와 기섭이 티격태격 하고 경찰이 누구 말이 옳은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범인은 수아와 기섭을 노리고 바짝 다가온다.
긴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연출이 일품이다. 스릴러에서 여자 주인공의 약점은 종종 긴장감을 유발하는 동인으로 기능한다. ‘블라인드’는 이를 십분 활용하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긴박감에 흥미까지 높인다. 과거 유망한 경찰대생이었던 수아의 논리적인 설명은 추리영화의 맛을 더하고 특히 지하철역에서 범인에게 쫓기는 수아를 기섭이 스마트폰의 영상전화 기능을 이용해 도주시키는 장면은 아이디어의 승리다.
악역인 변태 살인범이며 이 살인마와 불 꺼진 보육원에서 벌이는 수아의 맞대결은 강렬하다. 김하늘의 시각장애인 연기는 발군이고 유승호의 뒷받침도 탄탄하다.
스릴러의 쾌감과 드라마의 흥미가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히 조화된 웰 메이드 요리다. 튀는 맛은 없지만 고객이 원하는 맛을 성의껏 담아낸 솜씨, 맛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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