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정부는 국립묘지안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국가유공자등예우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이번 경우 안장 심의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 법률은 아무리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국헌문란, 살인, 폭력, 미성년자 약취 유인, 성폭력, 공무원뇌물죄 등 7가지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국립묘지법'의 13가지 안장기준을 적용받지 못한다. 특히 공무원뇌물죄의 경우 실형이 확정된 자나 1년 이상 금고형이 확정된 자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법률이 금하고 있는 범법자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함으로써 정부 스스로가 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잘못을 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립묘지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이 정부에 묻고 싶다. 이런 모습이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공정한 사회의 한 단면인가. 아니면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국민적 중지를 모으고 합심단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관용적 조치로서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었단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해 9월에 있었던 차관워크숍에서는 공정한 사회는 사회 지도층, 특히 기득권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기 때문에 어쩌면 정부 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다.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상당한 기득권이 포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운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게임의 룰은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고 그 적용은 예외가 없어야 한다. T. 루스벨트의 말처럼 법 위에 아무도 없고 법 아래 아무도 없어야 한다. 약 2주 전에 응급구조활동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유해가 국립묘지 안장결정을 기다리기 위해 3개월 동안 납골당에 안치되는 상황과 비교할 때 처리 절차나 과정 또한 얼마나 공정치 못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앞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역사바로세우기를 문민정부의 핵심과제로 추진한바 있다. 일부에서는 무리하고 획일적 추진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의 역사와 국가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된 것 또한 큰 성과였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실현코자 했다면 안현태씨의 유해안장 결정에 대해 폭넓은 국민적 동의가 수반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 더 나아가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된 유해들 중 국민적 의혹과 비난을 받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합리적 정리사업을 단호하게 추진했어야 옳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사회가 공정사회를 토대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수많은 약속들이 다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없다. 하물며 선거 공약이야 말로 이명박 대통령 스스가 밝혔듯이 후보자가 표 좀 더 얻으려고 경황 중에 한 말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 기대조차 갖지 않는 이들도 많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출범이후 야심차게 내 놓은 100대공약도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들 누굴 탓할 수 있는가. 공약집을 펴놓고 살펴보면 3년 반 동안 이룬 것 이라곤 4대강사업 빼놓고는 비슷한 것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아직 일년 반이나 남았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겠지만 나의 솔직한 심정은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충심으로 간곡하게 당부한다. 이명박 정부는 안현태씨의 유해문제를 진보의 국정발목잡기로 폄훼하거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챙길 생각 말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이 정부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과제로 인식하여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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