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살해 몽골여성 딸도 숨져

지병 악화로… 천안ㆍ다문화기관에 따가운 시선

가정폭력을 피해 거리를 배회하다 남편을 살해한 20대 몽골 이주여성의 딸이 지병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천안 A병원과 외국인관련단체에 따르면 지난 6일 N씨(28)의 딸 L(4)양이 뇌염과 저혈당 등을 앓다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N씨는 지난 6월 같은 병원에서 L양의 치료문제로 남편 L씨(47)와 다투던 중 흉기를 휘둘러 L씨를 숨지게 해 현재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살인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외국인관련단체들은 다문화 가정 중 가장 비극적인 사례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N씨는 몽골인 선배소개로 L씨를 만나 2008년 2월 결혼해 입국했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며 딸을 데리고 수시로 가출하는 등 그동안 가정불화를 겪어왔었다.

당시 천안시 정신보건센터 등이 N씨에 대해 상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고 딸의 지병 또한 악화돼 왔다.

부인 N씨의 살인에 이어 갑작스런 딸의 죽음까지 전해지자 외국인관련단체들은 N씨의 치료를 제댜로 하지 못한 천안시와 다문화 관련기관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기수 다문화공생지원센터장은 “국고 보조금에 목매는 단체나 기관들의 사업능력 상실을 보여주는 단편적 사례”라며“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위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