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응급실 폭력 '고질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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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응급실 폭력 '고질병' 여전

한달평균 언어폭력 17.9 ·신체위협 4.8회… 경찰·병원 미온적 대처 그쳐 응급의학회 전국 33곳 실태조사

  • 승인 2011-08-10 18:28
  • 신문게재 2011-08-11 5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사례1=얼마전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119 구급차를 타고 보호자 없이 술에 취한 40대 여성이 실려왔다. 골절이 의심돼 X레이 촬영이 필요했지만 환자가 마구 움직여 촬영이 어렵자, 촬영기사는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았다. 그러자 이 환자는 촬영기사가 몸을 만졌다며 구토한 봉투를 기사 얼굴에 뿌려 오물을 뒤집어 써야했다.

#사례2= 또다른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노숙인 환자가 심장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음주 상태였던 이 환자는 의료진에게 폭언과 소란을 피워 근무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 환자는 소지했던 제도칼로 근무자 2명에게 목과 배에 상처를 입혔다.

응급실에서의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병원 내 의료진 폭행은 강력 단속 등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10일 지역의 종합병원 등에 따르면 응급실 의료진을 비롯한 간호사, 근무자 등에 대한 폭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응급의학회에서 국내 33개 병원의 폭력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은 한달에 내원환자 10만명당 17.9회, 신체적 위협은 4.8회, 흉기 위협은 1.4회, 신체 폭행은 2.4회 등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센터 근무 시 신변의 위협을 느낀적이 있었다고 응답한 곳도 28곳으로 전체의 84.8%를 차지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빈도는 한달에 환자 10만명당 5.4회 정도였으며, 28곳(84.8%)의 병원이 경찰이 응급의료센터 폭력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응급실에서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병원 당국이나 경찰 조차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의료진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후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의한 협박 등으로 대부분 고소를 취하하는 형편이다.

대전지역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어떻게 인적사항을 알았는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가족과 신변에 대한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러한 경우 의료진들은 두려움에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 당국에서도 병원의 이미지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병원 내에서 마무리 하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실정이다.

응급실 내 폭력 가해자는 환자 상태이기 때문에 경찰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편이어서 응급실 의료진 상당수가 경찰에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응급실 폭력은 응급의료에 관한법률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 이법에 의해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응급실의 폭력은 단순히 개인간 폭력이 아니라 중증환자 입장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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