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과학벨트 기획단이 지난달 발표한 '과학벨트 조성 추진 일정'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은 원장 선임과 동시에 올 하반기에 문을 열 방침이었다. 내년 초부터 산하 연구단 25개 선정 작업에 착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국과위는 지난 2일 확정한 '2012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서 교과부가 요청한 3200억원 가운데 절반인 1600억원만 인정했다. 국과위는 25개 연구단이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 활동이 가능하다고 판단, 6개월 운영비만 산정해 전체적인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과학벨트의 또 다른 한 축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 관련 일정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과위가 내년도 중이온가속기 관련 예산으로 상세 기술설계와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460억원 가운데 상세 기술설계 관련 비용 290억원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과위가 내년에는 중이온가속기의 상세 기술설계만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이온가속기 관련 사업은 2월께 개념 설계가 끝난 뒤 6개월여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국제자문위원회의 자문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교과부는 국제 자문위원회(자문단)로부터 이달말까지 기술·재정 등 중이온가속기 전반에 대한 검토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아직 회의 등 향후 일정 조차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속기와 관련된 A대학 교수는 “중국과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용도의 중이온가속기를 짓고 있다. 우리 작업이 늦어지는 동안 그쪽이 앞선 사양을 채택할 경우, 상세설계만 문제가 아니라 개념설계부터 다시 해야할지도 모른다”며 교과부에 관련 일정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지역 과학계에선 내년 예산 삭감 때문에 두 핵심 사업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 예산 챙기기에 나서 과학벨트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떠들던 과학벨트 사업이 정치적인 꼼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내년 중 25개 연구단 선정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나, 연구단 출범 시점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또한 국제자문단 일정이 좀 지연되더라도, 연말께 기초과학연구원 개원과 함께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을 출범시키는 데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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