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금산문화원장 |
어느 날 새벽에 혼자 자전거를 타다가 '요즘 장마철이라 습기가 많아 김이 눅눅할 것이다. 그래서 '맛없는 김을 먹느니 당분간 상에 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주인의 배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편해졌다. 김은 바삭거려야 제격이다. 장삿속이 아닌 손님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해석하고 나니 나에게 작은 행복이 들어왔다.
며칠 전에 충남경찰청장을 역임한 박종준 경찰청 차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 내내 들은 내용의 주제는 치안을 책임진 사람으로서의 자세와 배려에 대한 것이었다. '법으로 다스리는 것은 차선이고, 예로써 다스리는 것이 으뜸'이라는 내용의 중국 고전을 인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요직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남과 다른 능력 말고도 또 다른 마음의 자세와 비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처음 등정한 힐러리경을 비롯한 많은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배려의 마음을 나누자고 설파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깔끔한 외모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열정이 나에게 들어왔다. 배려하는 마음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도 돌아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9월 2일에 개막하는 2011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한 달 앞두고 금산에서는 '성공개최를 위한 군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엄청나게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금산 다락원 대공연장 800석을 가득 채우고도 통로까지 메운 군중들을 보면서 나는 감동했다. 농사철에 무척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었다.
금산 사람이라고 모두 인삼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중요한 현안이기에 마음이라도 함께 하겠다고 모인 분들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작은 고장에서 오순도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따뜻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객지에 나가 만나는 사람에게 '금산에서 왔다'고 하면 그 분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인삼 얘기를 먼저 화제에 올린다. '인삼 없는 금산'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작금의 상황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위기의 상황이다. 외국에서도 인삼 재배가 늘어나고 값은 상승하는 중이다. 인삼축제를 여는 지자체가 스무 개는 넘는 것 같다. 다른 건강식품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점점 인삼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고, 외국에서도 한국의 인삼에 대한 성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삼은 결국 금산인삼이다.
위기란 위(危)와 기(機)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혼돈의 시대야말로 성장의 키를 쥘 수도 있는 시대다. 어려움이 있으면 그만큼의 기회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뜨거운 땡볕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은 금산 사람들이 이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단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성공한 인삼엑스포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결국 배려하는 마음이 사람 사는 고장을 발전시키고 구성원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열쇠라는 마음이다.
단골 해장국집에 다시 가더라도 김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련다. 혹시라도 정말 '김이 비싸졌어요'라든가 '식자재가 너무 올라서 음식값도 올려야 하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실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은 그대로 묻어두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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