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필 충남도의원 |
물가를 잡는다는 정부는 항상 그 희생양을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로 그 목표를 잡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배추 수입 검토를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입장은 한마디로 정부의 물가정책이 개그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여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월에도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중국 저장성 배추 1200t을 긴급 수입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농식품부와 농협을 통해 농업인에게 수급 통계 정보 제공과 안내를 효과적으로 펼치지 못해 올 봄배추를 심은 농가들은 배추가 과잉 생산 되고 시장에 넘쳐나는 상황에 직면하여 산지 밭에서 출하를 포기한 채 배추를 농기계로 갈아 엎어 폐기 처분하였다.
그게 언제인가? 엊그제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배추 수급 불안 운운하며 중국 배추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니 이런 농정을 펼치는 정부를 과연 누가 믿고 따라 오겠는가.
정부 정책이 한마디로 지나는 아이가 웃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 혹시 중국에 뭔가 선물을 주는 차원으로 중국 현지 배추가 과잉 생산된 나머지 판로가 걱정되어 일부러 한국의 배추 생산 농업인들이야 죽던 살든 중국산 배추를 들여 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농민들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 장마와 국지성 폭우가 많다는 기상 정보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올 봄 생산자들이 정부에 배추 수매를 요구 했을때 그 배추를 수매하여 저온 저장해 두었다면 배추농가도 정부도 모두가 사는 일거양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에 와서 배추 수입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농업인들은 이 부분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가안정이라면 농촌 농산물만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배춧값 비싸서 못산다고 하던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자동차 기름 값은 왜 잡지 못하고 있는가? 지금 휘발유 값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 국민들은 자동차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고 한다. 지경부는 대안 주유소를 1300개 정도 설립하여 일반주유소의 기름값 인하 유도를 하겠다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 식당가에 유통되는 중국산 배추는 이미 1억달러 선을 넘어 섰다. 중국산 김치는 중국에서 선적 후 12시간이면 경기 평택항에 도착한다. 관세를 부과해도 국내산의 4분의 1가격 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식당에 10kg 한 상자에 1만원 가량이며 국내산의 3만5000원에 비하면 27% 수준이다.
대부분 식당가로 유통되고 있으며 중국산 수입업체는 대략 40개 내외이다. 1주일에 40t이상을 꾸준히 수입하여 중간도매상에 넘기고 있다. 식당업자들은 외국산임을 숨기기 위해 원산지 표시된 종이 상자보다는 검정 비닐에 담아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산 김치의 안전검사는 전체수입량의 2% 밖에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형편임에도 또다시 중국산 배추를 수입 검토하는 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우리 농업인들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으며, 도대체 중국에 가서 농사를 지으면 중국정부가 오히려 더 잘 팔아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답답함만 토로 할 뿐이다.
원산지 단속을 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특별단속을 했는데 중국산 원산지 위반이 131건이나 되었다. 위반 사례를 들면 경기 남양주시 소재 00김치는 국내산으로 인쇄한 비닐봉투에 국산과 중국산 배추 김치를 각각 5대 5로 혼합하여 서울 등 전국 음식점에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 판매한 규모가 80t, 가격으로 1억3000여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 한 두 군데이겠는가. 다시 한 번 정부에 촉구한다. 더 이상 우리 농업 정책을 '배추 수입 검토'라는 식의 주먹구구로 하지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농업인의 농산물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여 주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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