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한나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도 비쳐지지만, 오히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총선에서 쟁점화 될 수밖에 없는 뇌관을 일찌감치 터뜨려 과학벨트 문제와 관련한 그간의 수세적 국면을 공세적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야당도 틈새를 열어 주지 않고 공세를 이어가려는 분위기로 강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강창희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지난 8일 지역의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과학벨트는 명품 과학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인 만큼 지자체도 일정 부분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거듭 대전시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부담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한발 나아가 “정부 국책사업 중 전북 새만금조성사업은 총 사업비 22조원 중 1조원 정도를 전북도가 부담하고, 제주해군기지도 8700억원 중 1700억원 정도를 제주가 부담했고,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도 5조600억원 중 약 3000억원을 지자체가 지원했다”며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의 부지매입비 분담 주장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는 야당도 다시 한번 강하게 공세를 퍼부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은 9일 논평을 통해 강 위원장이 “망언에 거짓말까지 일삼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며 시당위원장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선진당은 특히 강 위원장이 전날 주장한 부지매입비 분담 필요성의 근거 가운데 전북도의 새만금 사업비 부담 주장이 허위라며 문제를 삼았다. 선진당은 논평에서 “정부는 새만금간척사업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했고, 전북도는 1조원은 커녕 500억원의 하수종말·오폐수처리장 설치비도 줄여달라는 입장”이라며 “강창희 위원장은 이를 몰라 거짓으로 대전시민을 기망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진당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마찬가지로 과학벨트는 대표적인 정부 지정사업으로 지자체가 부담할 상하수도 설비 조차 협상으로 진척시켜나가는 것”이라며 “대전시가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력을 잃게 만들고 거짓으로 시민을 기망하는 강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염홍철 대전시장도 부지매입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염 시장은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부지매입비 분담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모사업이 아닌 국가사업에 지자체가 비용을 대는 것이 어떤 이익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의 한 가운데 선 강창희 위원장은 부지매입비 분담 주장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스스로 '소신'이라고 밝힌 만큼 오히려 먼저 총선 국면에까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가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실제 강 위원장은 11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과 당위성을 설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논란의 향배가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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