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모두들 서글퍼한다. 마치 자기자신이 견우이고 직녀인 것처럼, 오작교는 까마귀와 까치가 서로서로 머리를 잇대어 만든 다리다. 이때가 되면 모든 까마귀와 까치가 대머리가 된다고 한다. 아마도 한창 복더위가 밀려드는 계절이어서 털갈이를 하는 자연현상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희화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현상 그대로 인식하면 얼마나 메마른 삶이 될지 모르겠다. 다리도 마찬가지다. 다리는 모든 끊어짐을 어어주는 만남과 화해의 표상이다.
아울러 이때는 모내기와 김매기를 모두 끝내고 모처럼 한가함을 만끽하는 농한기이기도 하다. 바깥마당에 멍석을 깔고 수제비를 뜨고 호박나물과 호박전을 부쳐 먹으면서 밤하늘에 빛나는 은하수와 칠성별을 가리키며 이야기꽃을 한껏 피우면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직녀와 같은 첫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어딘가 있을 첫사랑을 마음에 품어 보기도 한다. 마을에서는 이날 김매기 두레를 마치고 두레품삯의 일부로 제물을 준비하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위해 마을앞 느티나무에 모두 모여 칠성신에 제사를 드리고 흐드러진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 은하수와 빗방울, 까마귀와 까치가 어우러져서 만들어 낸 기다림과 만남, 사랑과 환희의 드라마다.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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