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빈 대전지방기상청장 |
같은 한반도에서도 한쪽은 뙤약볕에 사망하고 한쪽은 물난리에 목숨을 잃는다. 기상이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날씨예보는 그저 비가 많이 올지 아닐지, 더울지 어떨지, 일차적인 생활정보를 제공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이후 산업이 발달하면서 산업과 기상의 관계를 분석하는 '날씨경영'이 제시되었고, 이제는 인류의 보건에도 기상을 고려하는 '생명기상'의 문턱에 다다랐다.
인간은 이상기후에 대한 기후적응도가 낮다.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인간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명기상'이란 기상 조건에 따른 인체의 영향을 분석하여 국민 생활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생활기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상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며, 극한기후에서 노약자의 초과사망 가능성을 경고하는 건강 기상정보다. 기상청에서는 이미 생명기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홈페이지에는 각종 생활기상지수, 보건지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름이면 폭염이 극성이다. 특히 도시의 열섬효과와 맞물려 나타나는 폭염은 인체의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항상성 유지를 위한 체열 조절능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열사병, 열 탈진 등 고온과 관련된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60여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우리나라도 열사병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기상현상이지만, 폭염은 2차적인 영향이 아니라 그 현상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인명 손실을 가져 올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 정도를 지수화 하여 폭염특보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열지수(Heat Index)는 날씨에 따른 인간의 열적 스트레스를 기온과 습도의 함수로 표현한 식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이면서 일 최고 열지수가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이면서 일 최고 열지수가 41℃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경보를 발표한다.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위험성을 인지하여 생활에 유의해야 한다.
인류가 기상예보를 시작한 것은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물음으로부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상예보는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상은 인간 생활의 모든 요소에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응용의 문제이며, 극단의 기상환경에서 생명을 구하는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확한 일기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잘 내려진 처방전도 실천하지 않으면 백지에 불과하다. 기상정보도 제때에 활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태풍과 집중호우, 폭염 등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상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제때 확인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기상정보는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줄 열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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