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금융위기와 우주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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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금융위기와 우주망원경

[사이언스칼럼]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개발센터장

  • 승인 2011-08-08 14:13
  • 신문게재 2011-08-09 21면
  • 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개발센터장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개발센터장
▲ 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개발센터장
▲ 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개발센터장
얼마전 미 우주왕복선 애틀란티스 호의 마지막 여정이 화제가 되었다.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는 약 100만명의 미국인이 모여 30여 년간 계속되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마지막 비행을 눈시울을 붉히며 환송했다. 미국 NASA의 유인 우주비행은 당분간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민간 상업회사들의 로켓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20세기까지 미국은 세계 최고 우주 강국이었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를 발사한 이래, 미국과 소련은 우주로의 무한 경쟁을 펼쳤지만, 미국은 아폴로 시리즈를 통해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고, 우주왕복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으며, 태양계 행성 탐사를 위한 보이저 시리즈를 발사하는 등 우주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소련의 해체 이후에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이 우주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역학관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꾸준히 우주 개발을 추진하였던 유럽과 일본의 추격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우주에 대한 도전이 심화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때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연방 재정적자는 미국의 우주 과학 및 우주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최근 미 하원 소위원회에서 차세대 대형우주망원경 JWST(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이 바로 그 예다.

JWST는 허블우주망원경 이후 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야심차게 추진한 대형우주망원경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은 NASA의 가장 큰 업적이자 자랑거리의 하나였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우주의 모습은 비단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었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불어 넣어주었다. JWST 대형우주망원경은 구경이 2m인 허블보다 3배나 큰 6.5m의 망원경으로 적외선 영역에서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멀리 더 자세히 우주를 관측함으로써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따라서, JWST 대형우주망원경이 중단된다면 그것은 NASA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도 큰 좌절이 아닐 수 없다. 허블우주망원경 이후 기획된 차세대 3대 대형우주망원경 중 ESA(유럽 우주국)의 허셀 적외선우주망원경은 이미 2009년 발사되어 관측을 시작하고 있고, JAXA(일본 항공우주청)가 주도하고 ESA, 그리고 KASI(한국천문연구원)가 참여할 예정인 스피카 적외선우주망원경이 2018년 께 발사될 예정임을 감안할 때, 서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JWST 적외선우주망원경의 부재는 정말 아쉽다.

물론 NASA의 JWST 사업 관리가 방만하게 운영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2010년 중간 점검 때, 초기 예상보다 4배나 많은 68억 달러의 예산으로 원래 계획보다 7년이나 늦은 2018년께 발사될 수 있을 것으로 수정 계획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로는 더 많은 예산과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우주 개발, 특히 순수 우주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비록 예산과 개발 기간의 운영이 방만하였지만,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이미 2조원 이상을 투자한 JWST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 여겨진다. 우주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고, 순수 기초 과학이 모든 실용 또는 군사적 기술의 모태가 되는 점을 상기하면, 아직 JWST의 중단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므로, 천문우주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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