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호 국회의원 |
사실 저축은행 사태는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부실도 원인이지만, 구조적인 당국의 정책실패와 감독실패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그래서 국회에 '부실 저축은행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고 나도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었다. 저축은행 부실의 문제는 지난번 정무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어느 정도 규명되었다. 상호저축은행으로의 명칭변경, 예금자보호한도의 상향 조정, 이른바 8·8 클럽이라는 여신확대조치, 경기 악화로 인한 PF대출의 부실화 등이 저축은행 부실화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거기에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부실검사 및 유착은 저축은행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5000만원 이상 예금주들이나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사람들의 분노와 절규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따름이다. 더구나 일부 저축은행들은 후순위채권을 판매하면서 예금자보호대상인 양 판매를 했다고 하니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는 저축은행의 부실원인을 밝히고 향후 재발방지대책과 피해자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나라·민주 양당이 증인채택을 놓고 서로 대립하면서 이번주 예정된 청문회는 결국 무산되었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핵심증인으로 불리는 정치권과 청와대 인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이들이 나오지 않으면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의혹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청문회에 나와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청문회의 기본 취지라고 생각할 때 한나라당의 태도는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진실규명보다는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태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이번 국정조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싸움이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하니 특위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송구스러운 생각이 앞선다.
이번 청문회의 목적중의 하나가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가 부실한지를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자료제출도 거부하고, 문서검증도 거부하더니 급기야 지난 5일 예정됐던 대검 기관보고에도 증인 모두가 불출석하였다. 대한민국 국회의 권위와 대한민국의 국격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더니 설마 했는데 그 말이 맞는 말 같다. 검찰은 국정조사의 한계를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와 증언 등을 거부할 수 있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4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엄연히 규율대상이 다른 데도 말이다. 이러한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니 대한민국 국민이 안 됐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향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를 받는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주 금요일(5일) 구성된 피해자대책소위원회에서 피해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의 총체적인 정책·감독 실패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에서 응분의 보상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후순위 채권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나라 예금보호체계를 뒤흔든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소위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의 저축은행 사태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서민의 돈을 가지고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 당국에 다시 한번 재발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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