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충남대 교수 |
따라서, 세종시가 출범하면 충청권 언론까지도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언론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수 있다.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동안 충청권 언론과 거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던 국제적인 언론사와 기자들은 물론, 중앙정치인과 중앙공무원, 대기업의 총수들 및 주요 경제인 그리고 충청권 밖의 지역민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언론으로 급부상하게 됨을 의미한다.
실로 혁명적인 환경의 변화가 오고 있음을 지역언론은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변화가 지역언론들에게 확 달라질 언론시장에서 주역으로 재탄생하는 축복이 될지, 아니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재앙이 될지는 이제 전적으로 지역언론사와 지역언론인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과감한 변신 그리고 치밀한 대비전략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
흔히, 예로 들고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의 행정수도인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지역일간지, 즉 지역신문일 뿐이었다. 세종시의 출범으로 충청지역 언론이 변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는 지금까지는 지역의 신문과 방송에 불과했던 지역의 언론이 단기간에 전국언론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전세계의 관심이 여전히 집중되어 있고,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그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한류문화가 세계로 확산되어가는 시점에서 세종시에서 활동하게 될 언론들은 '워싱턴 포스트'처럼 세계적 신문과 방송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지역의 언론들이 중앙언론과 경쟁해서 이겨낼 수 있는 외적 조건과 내부역량을 갖추어 가고 있느냐는 점에서는 여전히 회의를 갖지않을 수 없다. 전국 신문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3대 중앙일간지가 전국뉴스의 신중심이 될 세종시의 언론시장을 지역언론에 양보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외적 환경이다. 방송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 중앙방송에서 지방은 오직 먹을거리, 고기잡이, 축제, 미담, 사고 등을 보여주기 위한 서울시민의 위로용 방송에 머물러 있는 한, 세종시에 자리잡을 지방방송사는 중앙방송사로의 송출을 위한 스튜디오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 위기적 환경조건을 극복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길은 충청권 언론들이 과감한 변신을 통해 내부역량을 키우고 치밀한 생존전략을 구비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먼저, 지방언론사들은 기존 사업의 정리와 신사업 투자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과감한 기업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프랑스 '르 몽드'의 경우처럼 사원지주제 도입도 수용해 보고, 언론사간 M&A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버리지 않으면 버림받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지역기자들의 안목과 실력을 높이는 일이다. 세종시의 출범과 함께 지역기자들이 작성하는 뉴스와 해설은 전국으로 세계로 발신된다. 세종시가 지향하는 목적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있는 만큼, 이제 지역기자들은 국제적인 안목과 전문성으로 전국적 수준의 뉴스를 지역과 지역민의 관점에서 소신있게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자 재교육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금부터라도 밀도높은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지역언론이 세종시에서 자랑스럽게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길 가슴 졸이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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