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대학생이 땀 흘려 일을 해도 모자라는 게 현재 대학의 등록금이다.
학자금 대출도 모자라,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내밀어야 학자금과 생활비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오랜 취업 전쟁에 시달리고 있지만, 매번 고지를 앞두고 좌절하는 등 청년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재학 시절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회에 첫발을 딛기 전부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주소다.
▲대출규모와 연체율 급증=금감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대학생은 4만794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2%가 증가했다.
대출금도 40.4%나 늘어 모두 794억6000만원에 달했다.
대출 규모만큼이나 연체율도 급증했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된 대출금은 118억1000만원이나 됐다.
77.5%가 늘어, 전체 대부업체의 연체율의 두 배인 14.9%나 됐다.
5만여명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미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더 우려스러운 건 이번 조사 대상 대부업체는 모두 대형업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소규모 대부업체까지 조사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몇 십만원 등 소액 대출을 받기 위해 전단이나, 휴대전화 광고 등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전모(23)씨는 “액수가 큰 학자금 대출도 있지만, 생활비나 유흥비 등 액수가 적은 금액도 대출받는 학생들도 상당하다”며 “처음에는 소액이지만, 아르바이트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파산 사태=대학생 파산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2007년 3785명에서 2010년 2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워크아웃을 상담한 20대 신용불량자도 2005년 이후 8만4227명에 이른다.
대학생의 대부업체 대출이 늘어나는 건 천정부지로 솟는 대학 등록금이 일차적인 문제다.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은 학생들이 빌린 돈은 1년 새 251억5000만원에서 336억8000만원으로 34% 늘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반값 등록금' 운동이 일어났지만, 반응한 대학은 거의 없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 역시 등록금 인하보다는 장학금 확대라는 편법을 내놓는데 그쳤다.
이러다 보니, 대출받은 돈을 갚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리는 차환대출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대책=금감원은 대부업체를 이용한 이들 대학생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연 4.9%의 저금리 학자금대출로 유도할 방침이다.
또 대학생 대상 대출을 자제하고 돈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 등 제3자의 대위변제(다른 사람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를 강요하지 말도록 대부업체 240곳에 지도공문을 보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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