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이주민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다문화정책' 이 확장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노르웨이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문제로 비춰지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사건이 실업과 복지 상황 악화 등 사회 경제적 불안으로 인한 유럽 극우정당의 당세 확장과 연관된 정치적 문제, 다문화정책 문제, 인종주의 문제, 일부 극단주의 종교인의 문제 혹은 사이코패스 증가로 인한 현대사회 범죄 문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국내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반인권적 표현 수위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사건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다시금 이주민을 벌레에 비교하는 등 매우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인종차별적 외국인 혐오 표현들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반다문화정책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한국에서도 10년 내 노르웨이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묻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상이한 의견들이 암시하듯이 여기에 대해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유럽의 다문화사회화 및 다문화정책방향의 발전여건과 한국의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면적인 비교는 부정확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르웨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다문화사회 진전 상황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이주민 유입과 다문화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크게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예측할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현재 한국의 다문화사회를 살펴보면 유럽에서 지적되는 다문화사회 갈등 요인들이 많다고 볼 수 없다. 이를 테면, 유럽 이민국가들처럼 이주민 비율이 높지도 않고, 피부색과 인종이 확연히 다른 이주민 수도 적고, 이슬람교도 수도 적고, 노동이민자도 적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질과 양 역시 역차별과 박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며, 이주민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와 범죄율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유럽이 초기 이민시기에 시행하지 않았던, 사회문제화 이후에야 시작했던 다문화정책을 다문화사회화 초기부터 시작하여 문제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안정된 다문화사회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다수의 다문화정책 연구 결과들이 제시하듯이, 여러 문화의 소통과 사회통합은 선주민인 한국의 다수자들이 이주민인 소수자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곧 타문화, 타인종, 타종교, 타민족에 대한 다수 한국인의 편견과 차별 극복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이질적 집단이주민들의 인권 존중 의식이 내면화될 때만 조화로운 다문화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이주는 세계적 추세이며,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이 그러한 세계적 흐름을 돌이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민정책 혹은 다문화정책 자체의 존폐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현재 다문화정책의 방향과 추진방식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노르웨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은 아직 우리 다문화정책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는 상호문화성 및 인권감수성 관련 정책적 지원의 강화가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인 선주민과 외국인 이주민,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소통을 통해 차이 문제를 극복해 나가도록 시민의식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모든 차이를 초월한 인권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다문화정책에 찬성하는 사람 뿐 아니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모두 함께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오해와 편견을 줄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이번 노르웨이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해결 방식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다문화사회의 미래는 지금부터 문화간 소통과 인권의식 증진을 위한 선주민과 이주민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노력과 다문화정책의 구체적인 실행방식에 따라 다르게 그려지는 진행형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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