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7광구] 국내 최남단 '괴물'이 나타났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7광구] 국내 최남단 '괴물'이 나타났다

한국 최초 3D 액션 블록버스터 감독:김지훈 출연:하지원, 오지호, 안성기, 박철민

  • 승인 2011-08-04 14:07
  • 신문게재 2011-08-05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7광구의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 20년째 석유가 나오지 않자 본부는 철수 명령을 내리고, 석유가 있다고 믿는 해준은 반발한다. 한 달의 말미를 얻어 시추에 열을 올리지만, 의문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다. 이들을 노리는 뭔가가 있다.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새털구름 하늘 높이 둥실 떠가듯, 온 누리의 작은 꿈이 너를 찾는다. 제7광구 검은 진주~”(이승대 작사·작곡 '제7광구').

제7광구는 제주도 남단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이다.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은 “제7광구에 석유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발표했다. 온 나라가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고, 국민의 염원을 실어 정난이의 노래 '제7광구'가 연일 전파를 탔다. 하지만 제7광구는 일본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손을 들면서 흐지부지됐다. 영화 '7광구'는 이 제7광구가 무대다.

석유가 솟구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바다 밑 대륙붕을 들쑤시는 사이 상처 입은 바다는 기괴한 생명체를 품었다. 드디어 '놈'이 정체를 드러낸다. 돌연변이 괴물은 드문드문 사람을 공격하더니 급기야 시추선에 올라 '인간사냥'을 시작한다.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3D 블록버스터, '7광구'는 올 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했고,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아 김지훈의 스케일에 윤제균식 코미디가 어우러진 제2의 '해운대'를 보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컴퓨터그래픽(CG)과 3D 작업은 '해운대'로 할리우드 기술을 이전받은 모펙이 맡았다.

괴물과 여전사가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는 구도는 '에이리언'을 연상시킨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여전사' 해준은 리플리로 치환된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괴물 또한 에이리언의 연장선에 있다. 빠르고 흉포하고 영악하다. 다른 의도로 해준의 싸움을 방해하는 악역의 비밀, 두꺼운 자동 철문으로 연결되고 단절되는 시추선의 공간도 '에이리언2'의 혹성 LA-426 기지를 닮았다.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화의 에너지가 폭발한다. 시추공을 쓰러뜨리고 문을 부수며 돌진하는 괴물의 폭주와 추격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사투는 눈을 떼기 힘들다. 모펙이 그려낸 괴물은 무시무시한 생김새에 운동감과 질감도 나름 생생하다. 아슬아슬 짜릿한 액션의 긴박감도 평균치 이상이다. 김지훈 감독은 결정적인 액션에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키는 슬로 모션까지 가미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심각한 상황에서 뜻밖의 웃음을 끌어내는 윤제균식 웃음코드도 활기를 띤다.

문제는 괴물이 등장하기 이전 과정이다. '해운대' 같은 재난영화나 '7광구' 같은 괴물영화에서 인물의 드라마는 서사를 끌어가는 동력이다. 누구의 죽음은 안타깝게 하고, 누구의 죽음은 통쾌하게 할 것이냐. 하지만 '7광구'는 인물들을 묶는 드라마가 얼기설기 헐겁다. 정서적 공감대가 없으니 대원들의 죽음은 감정이입 없이 그냥 소모된다. 박철민과 송새벽 콤비의 유머도 말장난에 머문다.

게다가 괴물이 왜 사람을 공격하는지도 알려주기 않는다. 에이리언처럼 숙주로 삼기 위해서인지, 먹잇감이기 때문인지 전혀 밝히지 않는다. '자연의 복수'라고 해도 '왜'에 대한 답이 있어야 몰입할 수 있는 거다.

윤제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철저한 상업·오락 영화다”라고 정의했다.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하지만 볼거리가 풍성하다고 해서 탄탄한 서사를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3D와 CG, 액션으로 휘감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야기가 부실해서다. 영화가 발휘하는 힘의 8할은 이야기다. 기술력과 볼거리, 액션은 그 다음이다. '7광구', 안타깝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