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영 충남발전협의회 수석부회장 |
현재 대전의 시내버스는 이른바 준공영제라는 체제로 해마다 수백억원의 시비예산이 지원됨으로써 겨울에도 춥지 않은 버스, 여름에도 시원한 버스를 우리가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점은 어떻든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몇년전인가 부터는 버스승강장에 버스안내판이 설치되어 이용자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쯤 도착하는지, 지금쯤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를 친절히 예고하고 있거니와 이와같은 버스 인포메이션 시스템(Bus Information System) 설치사업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안내판을 설치하는데 얼마만한 예산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 수십 억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것에 비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안내판에 뜨는 정보와 실제 상황이 거의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충남지방경찰청 앞 승강장의 생생한 실례를 들어보겠다. 석교동쪽에서 중구청을 지나서 둔산방면으로 운행하는 108번의 경우 중구청을 지나고 있는데도 안내판에는 '지연'이라는 뜻모를 표시가 뜨는가 하면 막 지나갔는데도 108번 문자가 몇초간 지워지지 않은 채 있는 사례가 그것이다.
또 산내에서 출발하여 중촌동을 오고가는 511번의 경우를 또한 예로 들어보자. 노선마다 평일과 주말의 운행간격이 정해져 있거니와 511번은 주말기준 13분 간격인데 안내판의 단말기에는 '511번 20분 후 도착'의 표시가 버젓이 찍히는 현상은 무엇을 알리려는 장치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치 결행을 예고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버스가 불과 100m 앞에서 들어오는데도 '지연'이라는 문자와 함께 엉뚱한 통과위치가 뜨는 일도 항다반사다.
조그마한 안내판에서 시민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주는 잘못된 사례는 이 지면에 다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다. 요사이 IT 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전혀 생소한 미답의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이 상세하고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을 볼 때 대전시내의 버스안내장치는 투입된 예산에 비해 너무나 허술하고 도저히 첨단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수차 이의 시정을 촉구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공허한 답변만 있을 뿐 몇해가 지나도록 개선도 안 되고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의 담당부서에서는 내가 지적하고 있는 실상을 확인하려거든 충남지방경찰청 승강장(경찰청 건너편)에 5분만 서 있어 보면 실태를 알 수 있다.
혹시 힘 없는 서민이 타고 다니는 버스인지라 불평불만의 목소리는 깔아뭉개고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의 소치는 아니겠지만 매일 겪는 불편에서 진정 '친서민' 따위 구호가 공허하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 초기 전남의 어느 지역에서 뽑아버린 전봇대가 한 때 세간의 화제가 된 일을 상기하노라면 말 없는 시민의 처지가 딱할 뿐이다.
사실과 동떨어진 안내판만 믿고 바라보고 있다가 엉뚱한 낭패를 겪는 시민의 불편을 빨리 해결함으로써 신뢰행정의 본보기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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