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해 개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빅 부라더(Big Brother)' 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이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리틀 부라더(Little Brother)'까지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국가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빅 부라더'로 국민을 감시하는 명분은 사회적 안녕의 유지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빅 부라더'는 주민등록, 호적 등 개별 국민의 신상에 대한 정보, 국민의 신용, 금융 그리고 세무 상태에 관한 정보 그리고 의료보험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인의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 등 막대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요즈음 터지는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 문제보다도 국가가 보유한 개인정보의 양이 더 많다. 이러한 정보가 해킹 등으로 악용될 소지는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치명적인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개인정보를 상대방에서 선거에 이용한다면, 그 후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왜냐하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뽑기에는 국민의 위험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공부문이 보유한 개인정보에 의한 문제보다는 요즈음 발생하는 개인정보 문제는 '리틀 부라더'라 불리는 민간부문의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가 관리의 소홀로 인한 해킹이나 부주의로 대규모로 유출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한 번 사용했던 대리운전 회사에서 매일 저녁 휴대폰으로 광고를 보내오고, 백화점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세일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콜택시를 부르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집인지 알아 택시를 보내오고, 한 번 인터넷에서 책을 사면 어떤 종류의 책을 사는 사람인지 분류해 그 분야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이메일을 보내온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러한 마케팅을 함으로써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가격은 얼마인지 찾는데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가 편리하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개인정보를 누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불안한 문제와 나의 개인정보에 관한 소유권이 내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허락 없이 타인이나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어느 국내 유수의 언론사에서는 개인의 신상에 관한 개인정보에 관해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알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정보의 당사자가 그 언론사에게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를 알려준 적이 없고 자신의 정보를 매매하도록 허락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개인정보의 소유권에 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정보화 사회의 진화에 따라 사회적, 경제적 효율성은 증대되지만 반면에 개인정보의 남용 및 침해에 따라 개인은 프라이버시의 침해와 금전적 손실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도 개인정보침해라는 정보화의 역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기업은 이제 정보화를 위해 하드웨어 구축에 쏟는 예산 이상으로 최고경영자가 주관하여 개인정보보호 및 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면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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