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석 대전기상청 예보관이 2일 현재 중국 상하이로 북서진해 한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제9호 태풍 무이파(MUIFA)의 예상 이동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
수십년 전과 달리, 기상을 180도 바꿔버리는 변수가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미리 찾아내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수십가지에 달하는 자료를 분석하는데 따르는 피로감을 잊고 산다.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기상 예보에 집중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낮은 수준이다. 기상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비싼 값에 들여놓았다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예보관들만 손가락질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상 슈퍼컴만으로는 완벽한 예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겉보기와 달리 예보과정은 그리 간단치않다. 대전지방기상청의 경우 4개팀으로 나눠 기상예보를 맡고 있다. 예보관들은 오전 8시~오후 8시, 오후 8시~이튿날 오전 8시를 교대로 근무를 하며 한시도 예보실에서 떠날 수가 없다.
예보하기 전 먼저 한반도 인근에 해당하는 육상관측소 623개소, 해양관측소 19개소(부이, 관측선 등), 고층 관측소 27개소(기구, 기상레이더) 등 모두 669개소의 관측소에서 관측정보가 수집된다. 이 정보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측된 자료 등이 모두 슈퍼컴퓨터에서 계산된다.
이같은 계산과정을 통해 슈퍼컴퓨터는 지상일기도, 상층일기도, 보조일기도 등 70여종에 달하는 일기도를 산출해낸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 예보관들은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통해 최상의 예상일기도를 선택한다. 특히 산출되는 모델은 전지구 모델을 비롯해 2개의 지역 모델로 구성되지만 오차가 발생해 예보관들은 이들 자료간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한 반복적인 일기도 선택작업을 거친 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상 예보가 보도되지만 일부는 실제 기상변화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나타나 예보관들의 예보능력을 의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예보관들은 실제와 다른 기상 예보를 탓하기 전에 예보를 뒤바꿔놓는 환경적인 변수가 산재한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달라고 당부한다.
이덕배 예보관은 “슈퍼컴 등을 통한 수치예보 모델 역시 지형, 구름 생성, 태양복사 전달과정 등의 변수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한의 관측소가 북한보다 20여배가 많아 관측지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해양관측소는 육상의 1.6%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기점은 인위적인 입력값을 넣어야 예측값을 산출할 수가 있다”고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실과 일치할 수 없는 예측모델의 한계와 관측소 부족에 따른 수치의 부정확성 등을 극복하기 위해 예보실에서는 실시간 수직 풍향도, 레이더 자료 등 각종 자료가 종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하창환 대전기상청 예보과장은 “하늘을 바라보고 날씨를 예측한다는 '관전망기'라는 옛말이 지금은 의미가 없게 됐다”며 “각종 환경변수가 정확한 기상 예보를 가로막기는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명피해를 대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예보관이라는 직업은 인류 최후에까지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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