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강신주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과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주요 저서로는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이 있다.
▲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철학자처럼 시인처럼 우리도 자신의 삶과 감정에 직면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처, 즉 관습, 자본, 그리고 권력이 만든 피고름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할 때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기를 희망할 수 있고, 우리의 뒤에 올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을 사회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를 포함한 모든 인문학자, 혹은 시인을 포함한 모든 작가는 정직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시, 소설, 영화, 그리고 철학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문정신이 우리에게 가하는 고통을 견딜 수 있어야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도 생길 것이라고 강변한다. 저자는 참다운 인문정신, 그리고 솔직한 48가지의 목소리를 모아서 3부로 나누어 들려준다.
첫 번째 '읽어버린 나를 찾아서'는 순간의 굴욕과 비겁을 선택하기 보다는 영원한 자유를 희구했던 니체, 삶과 생각 그리고 존재와 삶을 일치시키고자 했던 라캉, 인간의 삶은 연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찰했던 에픽테토스, 맹목적으로 유학의 가르침을 따르기 보다는 50세까지 동심을 유지하려 애썼던 이탁오,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를 제거하고 현재의 삶을 중시했던 임제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과 내면을 통찰하라고 한다. 한편 동학의 창시자 최시형은 스피노자와 마찬가지로 인간 자체가 신적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므로 인간이 직면하는 난제를 초월자에게 호소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문정신을 가르친다.
제2부 '나와 너의 시간'에서는 동서양철학자들과의 조우를 통해 나와 타자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방법론은 모색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이성적 존재자를 단순히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 자체로 취급해야 한다고 했던 칸트를 필두로, 집단에 매몰되면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고유성, 혹은 주체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전체주의를 경계했던 레비나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진정한 예절임을 가르쳤던 공자, 인의예지는 원인이고 측은지심 등 사단은 결과라고 주장했던 주희와 맹자의 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마음의 본성보다 인간의 주체적 노력과 실천을 강조했던 정약용이 등장한다. 선물을 주었다면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야 그것이 진정한 선물이 된다고 한 데리다의 통찰은 동기가 순수해야 도덕적 행위가 가치가 있다고 한 칸트의 생각과 통한다.
마지막 제3부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에서는 헤겔, 들뢰즈, 마르크스, 하위징아, 베르그송, 노자, 묵자 등의 철학을 사유함으로써 나와 타자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 혹은 환경과 관련된 것들을 살펴보았다.
이 책은 동서양의 인문고전을 통해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솔직하게 삶에 직면함으로써,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나'가 아니라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고, 서로를 섦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타자와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여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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