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과연 연구기관들이 미래 먹거리 창출에 프로젝트를 맞추는 조직구조인가 의심하게 된다. 과제를 통합하든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통합하든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영역 넓히기, 연구기관 칸막이 등의 부작용을 없앨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유사 기능을 조정하는 대신 기관 간 융합 연구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지적된 대로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무려 23개 기관이 연구를 수행한 태양광 분야다. 로봇 분야도 만만치 않다. 물론 분야의 세분화라는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같은 연구 프로젝트를 잘개 쪼갤 이유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연구분야 정립부터 선행해야겠다. 연구분야 구분도, 논의할 의사소통의 통로마저 없고 그저 예산 획득 경쟁만이 있는 지금의 구조로는 안 된다.
각 연구기관들이 이처럼 고유의 핵심 영역에 집중하지 못하고 같은 분야에 무더기로 매달리며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은 빈말이다. 연구현장에서부터 핵심 영역에 자원을 집중 못하고 산발적으로 진행하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연구과제중심(PBS) 제도로 중복 연구가 성행한 부분을 포함해 특성상 같은 연구과제는 하나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연구자가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해 연구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시정돼야 한다. 세부적 주제가 다르다는 구실로 중복사업을 벌여 인력, 예산, 시간을 낭비하는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이 과학기술부 폐지 후 더욱 심화됐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연구기관의 미션을 고려해 어느 한곳으로 과제를 통합하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구 인력의 이동까지 고려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답은 확실하다. 연구기관의 역할을 조율해 유사·중복 연구를 없애고 융복합 연구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라는 것이다. 이러면서 한 해 4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쓴다면 납득하기 힘들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투자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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