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미란 편집팀 차장 |
80년대 껌좀 씹던(?) 여고생들의 우정과 꿈을 그려낸 이 영화가 40~50대 아줌마들을 극장가로 불러 모았다. 걸쭉하게 오고가는 입담과 다소 과격한 표현 때문에 혹평도 있었지만, 벌써 7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미국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돌아보면 가슴 싸~한 그때 그 시절. 애틋한 추억 말고도 영화 '써니'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중년이 되었을 우리. 남편 뒷바라지 하랴 아이들 키우랴 동동거리며 살고 있을 내 친구가, 또 내가 있었다.
먹고살기 팍팍한 세상, 이런 고단함은 50대 취업여성만의 것? 천만의 말씀, 겨우 취업이라는 내키지 않는 결단(?)에서 벗어난 중년 여성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장성해 출가한 자녀들이 맞벌이를 위해 떠맡긴 손자·손녀 보느라 허리 펼날 없으니….
그 무엇이 50대 엄마들을 취업전선으로 내몰고, 베이비시터가 되기를 강요했는가?
믿고 맡길 수 없는 보육시설, 등골 휘는 교육비, 불안한 노년의 그림자.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이러쿵 저러쿵….' 정치권의 논쟁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국격은 국민이 행복할 때 스스로 올라간다'는 진실에 위정자들이 귀 기울이기를, 너무 급하지 않되 피부에 와 닿는 복지정책을 펼쳐주기를 희망한다.
비오는 오후, 피천득의 수필집을 다시 꺼내들 10여년 후를 기약하며 나는 오늘도 꿈꾼다 '내 나이 오십에는…'.
/황미란·편집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