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이제 우리 스포츠는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강국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또 그와 더불어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층 높아진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수년전 아시아에서 불었던 한류의 바람은 이제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그리고 미주지역으로 거세게 불고 있다. 소위 K-Pop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그 바람이 거세다. 스포츠와 가요, 그리고 드라마 등 새로운 한류문화가 대한민국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정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우리의 성장을 해외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피부로 더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또한 현지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부터 수년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성장과 감동과 감격을 느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딘지 아쉬움이 있다. 지금의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 그리고 K-Pop의 열풍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보면 말이다.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가 만약 국내에서만 활동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들 선수 뒤에는 외국인 전문코치들의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있었고, 그 이전 우리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히딩크 감독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가 안다. K-Pop 역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 진출하는 과정에 현지 제작자들과의 협력이 주효했다고들 한다.
스포츠와 문화부문에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해 왔다. 그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갖고 있고 할 수 있다하더라도 더 잘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실행했다. 바로 그 결과가 지금의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를 만들어 냈고, 우리의 문화를 유럽과 미국에 알렸다. 그리고 우리는 비록 2번의 좌절이 있었지만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부분이 정치라고들 한다. 물론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런 지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할 수도 없다. 사실 사회의 다른 부분에 비하여 우리의 정치현실은 극히 낙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을 외면한 지 오래되었고, 국민들 또한 정치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것도 이미 오래되었다. 마치 정치는 선거 때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고, 우리 정치현실과 정치인들이 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를 쇄신하고 새롭게 하자는 논의가 있어왔다. 그런데 그 쇄신을 들여다보면 그리 새롭게 변한 것 같지 않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 마디로 거기서 거기다. 흔히 하는 말로 쇄신한다고 해서 기대해 봤는데 '역시나'였다는 것이다. 정치의 구석구석에 아직도 쇄신이 아닌 구태가 그대로 남아 있고, 오히려 일부에서는 구태보다도 더 구태하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어떻게 통합하려고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정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는 누가 키우나?'
만약 국민이 원하는 정치적 통합이 필요하고 쇄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없고 쇄신할 수 없으면, 우리 스포츠와 문화계에서 했듯이 과감하게 새로운 방식과 방향으로 원칙과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소'를 우리가 스스로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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