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솔저 프로그램에 참여한 군수업체 사장으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가 출연하고, 미국 정보기관 '쉴드'의 수장인 닉 퓨리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거칠게나마 '어벤저스'의 역사를 더듬게 해준다.
'어벤저스'는 미국의 유명한 만화 출판사 마블 코믹스가 창조한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야심작.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이 한 팀이 되어 악당을 물리친다. 이 영웅들을 이끄는 리더가 '캡틴 아메리카'. 따라서 '퍼스트 어벤져'는 '어벤저스'를 위한 오랜 준비의 마침표이자 영웅 연합군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퍼블리케이션에서 1941년, 미국이 참전하기 9개월 전 조 사이먼과 잭 커비의 손에서 탄생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히틀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첫 호 표지 그림은 캡틴의 탄생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나치 독일의 엉덩이를 힘차게 걷어차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 '퍼스트 어벤져'는 비교적 원작을 충실히 따라간다.
약골이지만 정신력만큼은 강인했던 스티브 로저스가 슈퍼 솔저로 변하는 이야기이며, 전국을 순회하며 징집을 장려하는 선전도구였던 그가 우연하게 전쟁에 개입해 나치 독일의 슈퍼 솔저 '레드 스컬'이 이끄는 히드라 군단과 싸우는 영웅담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우리에겐 낯선 히어로다. 미국에선 해리 포터의 마지막 모험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 캐릭터일진 몰라도 한국 관객에겐 생소하다. 아이언 맨, 토르, 그린 랜턴 등 줄 잇는 슈퍼히어로의 등장에 “또 슈퍼히어로야?”하는 짜증이 나올 판이다. 게다가 성조기를 재단해 기운 듯한 옷을 입고 성조기 문양의 방패를 휘두르는 그에게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물론 캡틴이 세계를 구한다는 설정은 다분히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의미)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원칙을 지킬 줄 아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특수 약물을 주입한 덕에 보통 사람 4배의 신진대사를 갖게 된 슈퍼 인간이지만 총에 맞으면 그도 죽는다. 조 존스턴 감독은 캡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데 꽤 공을 들인다.
액션은 화끈하고 각종 무기가 장착된 모터사이클, 1인용 잠수함과 초대형 폭격기 등 미래형 무기들로 볼거리를 더 한다. 존스턴 감독은 “현실 역사의 1940년대가 아니라 마블 세계관 속의 1940년대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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