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창영]“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요”

[시론]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승인 2011-07-27 16:22
  • 신문게재 2011-07-28 21면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불과 3주 전, 세 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강원도 평창 주민들이 지금은 동계올림픽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관령면 대로에는 '투쟁'이라는 빨간 글씨와 동계올림픽 반대 플래카드가 수없이 눈에 띈다. 그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나타난 현상이다.

인터넷에는 강원주민들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현지인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획부동산이 한탕하고 떠났기 때문에 뒤늦은 거래 제한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 행사라고 해도 당장 나한테 손해가 된다면 누구도 반길 리 없다는 점에서 그분들의 처지가 딱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 유치는 전반적인 강원도 부동산시장에 '메가톤급 호재'임이 분명하다.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전과 광주가 그 뒤를 이었다.

세종시 건설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과 같은 개발 기대효과가 대전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라면, 부진을 면치 못하던 광주에서는 매출이 57%나 폭증한 LED 관련 광(光)산업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품이 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마냥 좋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대출금 갚기가 힘든 '하우스 푸어(집을 소유한 빈곤층)'는 물론,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나 다름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충청권은 세종시 프로젝트의 수혜를 계속 누릴 수 있을까. 행정부처를 일부 옮겨오는 대신,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차세대 신수종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면 강원도의 상승세쯤은 간단히 추월하지 않았을까.

기업이 들어와야 도시가 산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치다. 새로운 기업의 유치가 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정치인의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없다. 현존하는 권력의 임기가 아직도 1년 반 이상 남아 있는데도 벌써 '미래권력'으로 군림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같은 거물 정치인조차 5분짜리 축사를 하기 위해 두세 시간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합작공장 기공식에서 “LED야말로 새로운 빛의 쌀” 이라며 “대표적 미래 신성장 동력인 LED 핵심부품 생산 기지가 우리 지역에 생겨 정말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산업 인프라와 노동력의 질, 지자체의 지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여러분이 최적지에 투자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대구를 치켜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난히 말이 짧은 박 전 대표의 그날 속내는 “다른 행사장에서는 웃으려고 애를 많이 쓰는데 오늘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그 특유의 감사인사였다.

그런데 “LED야말로 새로운 빛의 쌀”이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표현 같지 않은가.

그렇다. 지난해 초, 굴지의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야말로 '제3의 쌀'을 창조하는 터전이 돼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 바로 그와 같은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융합과 시너지였다. 사실 삼성전자가 전략 아이템으로 꼽고 있는 LED산업은 애당초 세종시에 건설하기로 했던 핵심시설 가운데 하나다. 만약 세종시 수정안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지금쯤 삼성은 165만㎡(5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에 전자와 SDI·LED 같은 5개 주요 계열사가 사업장 터를 닦고 있을 것이다.

예상 고용인원만 1만 5800명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장인 경기 기흥과 충남 탕정에 버금가는 규모다. 대구에 짓는 시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마자 지금은 원내대표로 민주당 의원들을 지휘하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 “경기도 경제가 다 죽는다”며 반발한 것도 그것이 너무 탐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기와 삼성LED 본사가 있는 수원 영통구가 지역구다. 그런데 충청도 출신 정치인들과 지자체 단체장들까지 반대에 가세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모든 정치인들이 유치에 혈안이 된 기업이 제 발로 오겠다는데, 그들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다른 지역으로 쫓아냈을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