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이승규교실붕괴 보고만 있을 것인가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이승규]이승규교실붕괴 보고만 있을 것인가

[중도시평]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 승인 2011-07-26 14:03
  • 신문게재 2011-07-27 20면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야! 이 씨× ×××야, 휴대폰 달란 말이야.”

“아줌마가 뭔데 난리야, 나랑 맞짱 뜰래.”

선생님을 향한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다.

전후 곡절을 따져볼 것도 없이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교권은 온데간데 없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실풍경에 그저 황당하다는 말밖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백 번이고 만 번이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면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시대상황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휴대폰때문에 선생님한테 막말하면서 대드는 학생, 친구하고 싸우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선생님한테 맞짱을 뜨자니 이게 말이나 될 법한가.

하긴 얼마 전에는 휴대폰 때문에 학생이 교무실까지 쫓아가서 선생님을 마구 폭행한 일도 있었다.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던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이 언제부터인가 심심찮게 뉴스를 타고 있다. 바로 교실붕괴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려됐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면 체벌금지 조치 이후 교실붕괴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1학기 동안 한국교원단체총연합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200여건에 달한다. 이중 담임에 대한 폭언이나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 사례는 더는 학생이기를 포기한 내용이어서 가히 충격 그 자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달 한 학생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어 동영상을 유포했다”며 “교실에 교권은커녕 기본적인 도덕조차 무너져 있다”고 교총에 호소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버젓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다”며 “학생 인권만 강조하다 교실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저런 사례는 얼마든지 교사가 제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학생한테 폭행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위계질서가 사라진 교실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언제부터 이렇게 교실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졌을까? 지난해 7월 과도한 체벌로 퇴출당한 '오장풍' 교사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이 사건 이후 체벌이 다시 한 번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면서 급기야 일부 교육청을 시작으로 체벌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교권 추락과 함께 교실붕괴도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전교조 등에서는 교실붕괴가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교권이 추락하면서 그렇게 진행돼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놓고 볼 때 교실붕괴는 체벌금지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학생은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교사는 문제학생에 대한 지도를 회피하거나 내버려두기 일쑤기 때문이다.

교총이 지난 4월 설문조사한 자료에서도 응답교사의 78.5%가 체벌금지 후 수업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문제학생을 회피하거나 내버려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교과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고 학교장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이 체벌을 금지하더라도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시행령 개정은 불투명하다.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교총이 나서 교과부와 교육청, 교원단체 간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부모는 제1인간을 만든다면 교육은 제2인간을 만든다. 인간을 만드는 교육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백년대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백년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더 이상의 교실붕괴는 곤란하다. 교실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교권확립이다.

이제라도 교사의 권위를 살리는 데 지혜를 모으고 실행에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4.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5.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