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타인을 배제하는 문명사회가 더 야만적이다

[강신철] 타인을 배제하는 문명사회가 더 야만적이다

서구의 오만한 시각 통렬하게 비판… 브라질 4개 원주민 부족 풍습담은 기행문

  • 승인 2011-07-26 14:02
  • 신문게재 2011-07-27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 슬픈 열대]

▲ 슬픈 열대
▲ 슬픈 열대
이 책의 저자 레비 스트로스는 1908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태어나 파리 대학 법학사와 철학사를 받았다. 1933년 로버트 로위의 『미개사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인류학·민족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4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러시아 태생 언어학자 야콥슨과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서의 구조적 분석'을 발표하였다. 이후 프랑스로 귀국하여 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등연구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구조인류학』, 『오늘날의 토테미즘』, 『야생의 사고』, 『신화학』 등이 있다.

이 책은 레비 스트로스가 1937년부터 1938년까지 브라질에서 체류하면서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 등 4개 원주민들과 직접 생활하면서 체험하고 조사분석한 원주민들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적은 기행문이다.

제1부터 4부까지는 저자가 프랑스, 브라질,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교육과 연구를 하게 된 과정과 민족학자가 된 계기 등 자서전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브라질에서의 대학교수 생활, 여러 대륙을 여행하면서 느낀 신세계와 구세계의 갈등, 민족학 연구를 위한 예비 답사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제5부에서부터 제8부까지 브라질 내륙의 4개 원주민들을 조사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제9부는 인도·파키스탄의 여행기가 추가되어 있고 민족학자로서 종교관, 역사관, 인류학을 연구하는 태도 등 결론을 맺었다.

레비 스트로스는 현대 구조주의 사상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대학자답게 남미 대륙의 부족들을 소개하면서, 서양인들이 서구 이외의 다른 세계를 볼 때 자신들의 사고와 문화를 기준으로 삼아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오만한 태도를 통렬히 비판한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와 남미 대륙의 원주민들의 국가와 사회는 그저 서구 사회와 다를 뿐이지 이 세상에 더 '우월한' 사회란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당면하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정치체계, 문화, 예술, 생활습관 등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자연에 대한 선택이 너무나 무자비하게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 사용된 결과 하나의 풍경이라기보다는 마치 야외의 공장과 같이 되어버리든가, 아니면 인간이 매우 오랫동안 점거한 결과 자연이 일부 파괴되었으나 어떤 점진적이고도 계속적인 적응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풍경' 수준으로 재상승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우리의 눈으로 볼 때는 야만성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쉬운 카두베오족의 얼굴문양은 그 부족 내에서의 신분계급을 상징하는 것이고, 이계층간의 결혼을 금지하기 위한 하나의 사회제도임을 이해하고 나면 현대 문명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 성형수술과 짙은 화장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바퀴사슬 모양으로 전개되는 보로로족의 독특한 주거형태는 그 부족의 종교체계와 사회체계를 반영한 것으로서 현대 계획도시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우리는 문자의 사용여부를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당연히 여기고 있지만, 남비콰라족이 보여준 문자에 대한 반응은, 문자가 인간을 계몽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약탈을 조장하고 예속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 책은 1955년에 출간되어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지식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사라져가는 부족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감성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구조주의적 사고체계에서 기술한 민족지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서구의 눈으로 다른 세상을 보지마라!'고 외쳤던 저자의 지식인으로서의 용기와 연구자로서의 객관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명저 중의 명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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