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군 이야기 |
십자군 전쟁은 인류 역사상 200년이라는 가장 오랜 기간 치러진 전쟁이자 세계 2대 종교가 격돌한 인류 역사의 대사건으로 세계와 역사의 흐름을 바꾸꾼 사건 중 하나다.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 이야기를 소위 '카노사의 굴욕'이라 알려진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고등학교 세계사에도 실려 있는 카노사의 굴욕 사건은 1077년 주교서임권을 두고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 사이에 벌어졌던 싸움이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내린 파문에 황제 하인리히 4세는 사흘 밤낮을 눈밭에 맨발로 서서 파문을 풀어달라고 빈다. 이 사건은 왕이라는 세속 권력 위에 있는 중세시대 종교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로 알려져있다. '카노사의 굴욕' 자체는 교황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이것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태풍을 몰고 온 최초의 바람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역사라는 무대의 막과 막 사이에서 인간들이 어떤 욕망과 의지를 가지고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하며 움직이는지를 인간 내면을 꿰뚫는 특유의 직관력으로 포착해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십자군 이야기 1』에서는 1096년 유럽을 출발해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집결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소아시아를 거쳐 예루살렘을 정복하기까지, 그리고 예루살렘 정복 이후 18년 동안 확립해나간 십자군 국가의 성립과 보두앵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십자군 제1세대가 역사에서 모두 퇴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저자가 그려내는 1차 십자군의 중심인물들은 마치 중세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 석관의 부조에서 먼지를 털며 떨쳐 일어난 듯 활기차게 살아 숨 쉬며 저마다 개성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는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의 서곡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귀스타브 도레의 섬세하면서도 장엄한 판화 작품을 중심으로 지도와 간명한 해설의 세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해 십자군의 전 역사를 조망한다.
십자군이 결성되기 이전 성지 순례길에 곤경에 처한 그리스도 교도에게 도움을 주는 이슬람교도를 다룬 일화부터 시작해 이슬람 세력의 서진을 막은 1571년의 레판토 해전까지 중세에서 르네상스 초기까지의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 사이의 대결이 담겨 있다. 문학동네/지은의 시오노 나나미, 옮긴이 송태욱/십자군이야기1 348쪽·1만3800원,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208쪽·1만18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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