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남자의 뇌, 여자의 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경구]남자의 뇌, 여자의 뇌

[사이언스칼럼]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

  • 승인 2011-07-25 14:13
  • 신문게재 2011-07-26 21면
  • 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
▲ 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
▲ 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
미혼인 남녀에게 소개팅을 하라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의 반응이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차는? 학교는? 사는 동네는? 직업은?'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봅니다. 이에 반해 남자는 '예쁘냐?'라고 딱 한 가지만 물어봅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남녀탐구생활'이라는 TV 프로그램의 한 대목입니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것이다 보니 지나치게 전형적인 쪽으로 단순화시키는 측면도 있겠지만,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TV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 소설, 영화 등 여러가지 예술의 주요 주제가 되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목적 지향적'인 반면 여자는 '관계 지향적'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러한 표현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보면 남자는 체계적으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흥미를 나타내고, 여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남녀의 특성은 정신 질병 발생과도 연결이 됩니다. 자폐증 지수 검사(Autism Spectrum Quotient Test)로 잘 알려진, 케임브리지 대학의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 연구팀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과 건강한 남녀의 체계성 지수와 공감 지수를 비교해 보았더니, 체계성 지수와 공감 지수의 비율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 남자, 여자의 순으로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연구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남성형 뇌의 극단'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했습니다.

질병의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유병률(prevalence rate)을 보면 정신분열증, 자폐, 약물중독 등은 남성이 높고,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은 여성이 높습니다. 물론 여성도 정신분열증에 걸릴 수 있고, 남성도 주요우울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병률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고, 이 차이는 남녀의 뇌 구조 및 기능차이에서 일정 정도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남녀의 차이를 말할 때 자주 이야기되는 것으로 공간지각을 들 수 있습니다. 공간지각을 측정하는 검사(Mental rotation test)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자가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도를 읽고 목표를 찾아가는 일은 남자들이 더 잘한다고들 합니다. 공간지각 능력의 차이는 종종 길눈이 어두운 여성운전자를 소재로 한 농담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시지각 관련 테스트의 숨은그림찾기에서는 여성이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은 길을 찾을 때 지도를 주고서 목표물을 찾아가라고 하면 잘하지만, 여성은 목표물을 찾아가는 경로에 있는 특정 랜드마크 건물을 중심으로 좌회전하여 가다가 우체국에서 우회전,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성이 길을 더 잘 찾아간다' 보다는 '남성과 여성은 길을 찾을 때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

남녀가 함께 공존한 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조차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잘 모른다고들 하고 있으며, 이는 뇌과학과 심리학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남녀의 차이는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랫동안 많이 다뤄진 것 같으면서도 아직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은 분야이며, 이는 단순한 호기심의 충족 뿐만 아니라 질병의 기전 이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현재 4.7 T(테슬라)와 9.4 T 소동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하여 소동물의 성별에 따른 뇌기능의 차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동물의 암수 뇌기능을 살펴보면, 수컷은 주로 보상회로(reward circuit)가, 암컷은 주로 불안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남성에게서 도박, 약물 중독이 많이 나타나는 것과 여성에게서는 불안장애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암수별 뇌활성화 지도를 만들어 뇌활성 영역의 차이를 살펴보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각종 뇌질환의 치료 및 평가에 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