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구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장 |
최근 화제가 되었던 '남녀탐구생활'이라는 TV 프로그램의 한 대목입니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것이다 보니 지나치게 전형적인 쪽으로 단순화시키는 측면도 있겠지만,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TV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 소설, 영화 등 여러가지 예술의 주요 주제가 되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목적 지향적'인 반면 여자는 '관계 지향적'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러한 표현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보면 남자는 체계적으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흥미를 나타내고, 여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남녀의 특성은 정신 질병 발생과도 연결이 됩니다. 자폐증 지수 검사(Autism Spectrum Quotient Test)로 잘 알려진, 케임브리지 대학의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 연구팀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과 건강한 남녀의 체계성 지수와 공감 지수를 비교해 보았더니, 체계성 지수와 공감 지수의 비율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 남자, 여자의 순으로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연구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남성형 뇌의 극단'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했습니다.
질병의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유병률(prevalence rate)을 보면 정신분열증, 자폐, 약물중독 등은 남성이 높고,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은 여성이 높습니다. 물론 여성도 정신분열증에 걸릴 수 있고, 남성도 주요우울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병률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고, 이 차이는 남녀의 뇌 구조 및 기능차이에서 일정 정도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남녀의 차이를 말할 때 자주 이야기되는 것으로 공간지각을 들 수 있습니다. 공간지각을 측정하는 검사(Mental rotation test)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자가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도를 읽고 목표를 찾아가는 일은 남자들이 더 잘한다고들 합니다. 공간지각 능력의 차이는 종종 길눈이 어두운 여성운전자를 소재로 한 농담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시지각 관련 테스트의 숨은그림찾기에서는 여성이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은 길을 찾을 때 지도를 주고서 목표물을 찾아가라고 하면 잘하지만, 여성은 목표물을 찾아가는 경로에 있는 특정 랜드마크 건물을 중심으로 좌회전하여 가다가 우체국에서 우회전,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성이 길을 더 잘 찾아간다' 보다는 '남성과 여성은 길을 찾을 때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
남녀가 함께 공존한 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조차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잘 모른다고들 하고 있으며, 이는 뇌과학과 심리학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남녀의 차이는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랫동안 많이 다뤄진 것 같으면서도 아직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은 분야이며, 이는 단순한 호기심의 충족 뿐만 아니라 질병의 기전 이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현재 4.7 T(테슬라)와 9.4 T 소동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하여 소동물의 성별에 따른 뇌기능의 차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동물의 암수 뇌기능을 살펴보면, 수컷은 주로 보상회로(reward circuit)가, 암컷은 주로 불안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남성에게서 도박, 약물 중독이 많이 나타나는 것과 여성에게서는 불안장애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암수별 뇌활성화 지도를 만들어 뇌활성 영역의 차이를 살펴보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각종 뇌질환의 치료 및 평가에 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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