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친환경 소비문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민병권]친환경 소비문화

[중도마당]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승인 2011-07-25 14:12
  • 신문게재 2011-07-26 20면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필자가 예전에 독일에 있었을 때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대형마트가 별로 없고 구멍가게도 거의 없는 것이었다.

PLUS, ALDI, DM과 같은 중소규모의 마트가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데, 독일 사람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생필품을 구입한다. 독일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러한 마트는 우리나라의 동네 슈퍼마켓보다는 크고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보다는 작다. 하지만 이 마트 안에는 주방용품, 주거용품, 농축산물, 수산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소비재를 다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SSM에 비견될 만하다.

독일의 마트는 독일인들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반영해 주는 하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독일의 마트는 우리의 동네 슈퍼마켓처럼 너무 작지 않아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대형마트처럼 너무 크지도 않아서 효율적인 소비를 기할 수 있다. 적정한 가격에 필요한 만큼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특히 이들 마트가 도심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들 마트에 들를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생필품을 구입함에 있어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녹색가게의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값을 치르는 것도 아주 특이하게 보였다. 자신이 구매할 물건 목록을 미리 생각하고 그에 맞추어 현금을 준비해서 물건을 구매한다. 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내어 1센트까지 세면서 물건대금을 치르는 모습에서 알뜰한 독일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승용차를 이용하여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를 하는 행태는 유럽식이 아닌 미국식 소비문화다. 미국은 땅이 넓고 도로가 아주 잘 닦여져 있으며 기름값도 싼 편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집에서 몇 십 킬로미터씩 떨어진 대형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때로는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한다. 대금결제도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하는 편이 많다. 이러한 소비문화의 이면에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이 있다.

1920년대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축적한 부를 이용하여 당시 도시를 누비고 있었던 전차를 운영하는 전자회사의 주식을 모두 사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동차를 팔아 번 돈으로 전차회사의 주식을 모두 폐기하였고, 아울러 그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정부에 도로를 확충하도록 로비를 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은 자동차 중심의 석유 과소비형 소비문화국가가 되었다.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채소 하나, 과일 하나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숨겨져 있고, 대형마트의 저렴한 가격에 불필요한 대량 소비의 유혹 또한 숨겨져 있는 것이다.

반면에 독일은 상대적으로 땅이 좁고 인구도 밀집되어 있으며, 오래된 시가지도 많아, 독일인들은 미국식 소비문화를 지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도 효율적인 중소형 마트에서 소비하는 문화를 창출하였다. 독일식 합리주의가 소비문화에도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좁은 땅이나 많은 인구 등 우리의 형편은 미국보다는 독일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시를 만들면 일단 길을 넓게 하고, 교통체제도 전차나 자전거 보다는 승용차 위주로 하고, 그런 다음 대형마트를 입주시켜 시민들이 잘 닦여진 대로를 따라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대량소비의 블랙홀인 대형마트로 향하게 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환경아래서 에너지 과소비형의 미국식 소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