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관리하는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의 오류는 미리부터 예고된 사태였다는 게 일선 교육현장의 시각이다.
무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었지만 도입초기부터 곳곳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도입과 동시에 '차세대 나이스'에 대한 불신은 교원단체 중심으로 확산됐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일선 교사들은 3월 도입된 '차세대 나이스'를 '먹통 나이스'라고 불러왔다”면서 “교사들이 이 프로그램에 문제가 많음을 발견해 여러 차례 개선을 건의했지만 시정되지 않아 결국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단체에서도 '차세대 나이스'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툭하면 과부하로 접속이 지연되면서 행정처리에 차질을 빚는 경우는 다반사였고, 일부 학교에서는 '차세대 나이스'를 통해 학생부의 학생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입력했는데 해당 항목이 누락돼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처나 개선은 허공의 메아리처럼 묻히고 결국은 문제가 폭발했다.
최근 방학을 앞두고 많은 학교에서 동시에 접속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나이스'의 도입 초창기부터 과다한 정보가 축적되는 문제와 전산처리 오류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결국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묵살하면서 안일하게 대처해온 교육 당국이 사상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라고 질타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코앞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일선 교사 역시 성적처리를 다시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과 동시에 방학을 잊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고3 담임은 수시모집의 경우 내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득해야 할 지 막막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대전의 한 고교 3학년 부장은 “수시모집에서는 내신이 정말 중요하다. 미미한 차이에도 당락이 바뀌는 데 오류가 있어 어떻게 해야할 지, 또 불안해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을 어떻게 덜어 줘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스'는 국민의 정부시절 개발을 추진해 2002년 11월 27개 영역중 24개 일반 행정영역을 대상으로 개통했다. 당시 교무·학사, 보건, 입학·진학 등 3개 영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시정을 권고, 보완 작업을 거쳐 결국 2006년 3월 전면 개통했다.
'나이스'는 이후 학생의 성적입력이나 출결 상황 등 교사들의 학교행정 업무부터 학부모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하거나 진학상담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용도로 쓰이면서 편의성과 학부모이용률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
교육당국은 따라서 시스템을 개선, 지난 3월 '차세대 나이스'를 선보였다.
'차세대 나이스'는 2014년까지 1700여억원을 들여 인프라 구축과 프로그램 개발, 보안성 강화 등 18개 분야에서 구축사업을 계속 진행한다.
/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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