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봉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장 |
하지만 경신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올 여름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작년보다 약 7% 증가한 7477만로 전망된다. 전력공급 능력은 전년보다 6.2% 늘어난 7897만 수준으로, 이 경우 예비전력은 420만, 공급 예비율은 5.6%에 불과하게 된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인 경우 단계별 비상수급조치가 가동되고 통상 적정 공급예비율이 15%임을 감안할 때, 올 여름도 전력 부족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공급예비율이 낮다는 것은 역으로 보면 설비가동률이 높다는 의미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고, 외부와의 전력교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대체재가 없고, 중단없는 공급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전력산업은 발전소의 불시 정지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적정 규모의 공급 예비율 확보가 최우선 핵심과제가 된다.
이에 전력사업자는 연중 가장 높은 예상 전력수요 수준(첨두 부하)에 대응해 공급 설비를 갖추게 된다. 일부 발전설비는 여름철과 겨울철 첨부 부하 발생 시만 가동하고 있다. 이는 전력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한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겨울철의 난방 수요와 여름철의 냉방 수요를 줄이게 되면 첨두 부하 수준이 하락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올 여름의 냉방수요는 약 1729만로 전체 전력수요의 23.1%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되는 데, 만약 추정 냉방수요의 20%를 절감할 수 있다면, 원자력 발전소 4기의 건설을 지연시키는 데 따른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름철 냉방수요에 따른 첨두 부하 발생의 또다른 문제점은 전력생산 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전력시장은 평소 기저 발전으로 불리는 원자력 및 석탄 발전소를 중심으로 공급되지만, 첨두부하가 발생할 경우 이보다 발전비용이 최대 10배가 높은 천연가스, 중유 및 경유 발전기 가동이 필요하다.
이는 곧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자 국가 전체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자원활용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전력은 올 여름 대용량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정기간 수요조정제도와 주간예고 수요조정제도 및 고효율기기 보급제도 등 하계 부하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350만의 전력수요를 억제할 예정이다.
또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에너지 다이어트 강조기간'으로 설정해 냉방기 가동 시에도 사옥 실내온도를 28℃ 이상 유지하고, '에너지 지킴이' 활동을 벌이는 등 전기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첨두 부하의 예봉(銳鋒)을 꺾는 요체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냉방기기의 합리적인 사용이다.
실내온도 26~28℃를 유지하고, 고효율 에어컨을 사용하며, 에어컨 가동은 약하게 하고 선풍기를 병행 사용하는 등 세부 실천방안은 일상생활의 상식 수준에서도 알 수 있는 매우 소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국민 개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이면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 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저탄소 녹색성장 조기 실현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이에 주변의 만성적인 전기 낭비요소를 점검하고 무지와 냉소속에서 허공에 날려버리는 귀중한 전기에너지를 되찾아야 하며, 특히 이러한 노력은 최대전력수요가 주로 발생하는 주중 오후 3시 전후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전력산업의 특수성과 최대전력수요의 경제적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 아래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수준을 낮추는 데 전 국민의 동참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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