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안 썼는데….”
“…….”
헬멧은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아이돌그룹 '오케이 걸스'의 멤버 아롬이 쓰고 있다. 수화기 너머로 의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30분 안에 폭탄 배달을 완료해.”
그렇게 '퀵'의 질주가 시작된다.
한때 부산에서 폭주족으로 이름을 날렸던 기수는 서울의 끝에서 끝을 20분에 주파하는 퀵 서비스맨이 됐다. 그런데 생방송 시간에 쫓겨 그의 뒷자리에 탄 아이돌의 가수의 헬멧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니 달리는 수밖에. 게다가 아롬은 과거 그의 여자친구였던 '춘심'이다. '퀵'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짜릿한 스피드와 스릴에 승부를 건다.
“퀵입니다.”
“누가 보냈는데요?”
“'폭탄재중' 씨요.”
그렇게 배달된 폭탄이 터지고 서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기수와 아롬은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리고 경찰 포위망을 뚫고서 배달해야 한다.
조범구 감독은 “달리고 터지고 웃긴다”는 말로 '퀵'을 소개했다. 그 말 그대로 신나게 달리고 시원스럽게 터진다. 고속질주 장면과 폭파 장면의 물량은 여태까지 나온 한국영화 중 최고 수준이다.
스패로우 200 카메라로 찍은 시속 200㎞의 질주는 아드레날린을 솟게 만들고, 오토바이에 승용차 버스 유조차량 트럭은 물론 전철에 이르는 폭발장면은 아슬아슬한 액션과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확장시킨다.
터널이 막히자 터널 벽면을 타고 달리는 아찔한 탈출 장면, 건물 옥상에서 옥상으로 날고 열차 위로 떨어져 내리는 바이크 묘기는 '눈맛'이 꽤 좋다. 특히 트럭에서 쏟아져 내리는 가스통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질주하는 장면은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의 기막힌 변주다.
폭소탄도 액션과 잘 버무려졌다. 인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지 않을 때 재미가 더 있다는 것은 의외다. 일정거리 이상 떨어지면 폭발한다는 긴장감, 쉴 새 없는 대사에 비롯된 유머 덕분이다.
영화 내내 헬멧을 쓰고 울고 불며 망가지는 강예원은 '헬멧 샤워' 장면으로 한 방을 터뜨린다. 이민기, 김인권, 고창석, 주진모 등 주·조연들은 만화에나 나옴직한 작위적인 상황을 폭소탄으로 완벽하게 바꿔놓는다.
오로지 달리고 터지는 시나리오는 군더더기 없이 날씬하고 과장된 B급영화 같은 정서는 짜릿하고 유쾌하다. 모처럼 순수하게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났다. “여름 영화 뭐 있어? 샤워한 듯 시원하고 개운하면 그만이지”하는 당신이라면 올 여름 최선의 선택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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