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도 생명연, 해양연의 통합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국과위도 난감한 처지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생명공학연구원지부는 최근 다시 불거져 나온 생명연과 카이스트(KAIST) 강제 통합 추진에 대해 “현 정권 초인 2008년 모든 직원들의 치열한 반대투쟁과 과학기술계의 비판 여론에 밀려 정부가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던 일을 같은 정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주호 장관과 김창경 차관은 2008년 당시 청와대 주무 수석 비서관, 과학비서관으로 강제통합을 실질적으로 밀어붙였던 장본인”이라며 “사실상 중단됐던 생명연-KAIST 통합을 새롭게 추진하는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생명연을 비롯해 대덕특구 과기현장에서는 일부 출연연만 골라 대학과 합칠 이유나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생명연과 KAIST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출연연과 대학에 비해 특별히 연구영역이 더 많이 겹치거나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생명연 노조 측의 주장이다.
공식적으로 출연연 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과위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국과위 관계자는 “생명연과 해양연도 출연연으로서 구조 개선 대상이지만, 정부가 이와는 별개로 통합 등 큰 그림의 연계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도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선진화로 추진하고 있는 강소형 연구소 개편이 답이 아니라는 내용의 성명을 20일 냈다.
두 노조는 정부의 강소형 연구소 개편은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수렴은 물론 개편방안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 작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출연연 변화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임기말에 무엇이라도 보여주겠다는 요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졸속적인 제도(강소형 개편) 시행을 근거로 연구예산과 정년 등 출연연의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차등을 두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이런 분위기속에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는 비과학자 출신 경제학자인 이 장관이 과학기술 현장 목소리보다는 경제논리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어 출연연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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