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오 중부대 총장 |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부대와 전 군에 대해 철저히 그리고 심도있게 실태조사를 하여 그간 병영 내에 상존해 온 악습을 뿌리뽑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국민의 신뢰와 성원을 받는 병영문화를 조성해 갈때 젊은이들은 군입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모들도 맘놓고 아들들이 군입대하는 것을 자랑스럽고 대견해 할 것이다. 생각건대 해병대 2사단 총기사건의 원인은 사고를 낸 병사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질 탓, 군의 허술한 총기관리, 관심대상으로 분류된 병사관리의 허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올바른 진단과 해법은 후진적 병영제도, 잘못된 병영 환경과 그 혁신이 아닐까 싶다.
먼저 혈기왕성한 젊은 군인들이 수십 명씩 좁은 내무반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후진적 병영 환경은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개선돼야 한다. 육군이 지난 12일 논산훈련소 훈련병 8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훈련병가운데 외아들이 61%, 입대 전에 독방을 쓰던 훈련병이 89%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방을 쓰던 외아들이 입대하는 순간부터 수십 명씩 함께 자고 식사하고 부대끼며 고된 훈련을 받는다. 지금의 신세대는 과거 부모세대가 단칸방에서 여러 식구가 부대끼며 살다가 입대한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다음으로 병영 내에 관행으로 상존해 온 빗나간 조직문화 예를 들면, 정해진 시간에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는 악기바리, 후임자가 선임자 대접을 하지 않는 기수열외, 계급과 호봉에 따라 행동양식을 규정한 호봉제, 종교를 문제삼아 성경까지 태우는 일 등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인 폐습을 청소하는 일이다. 신세대 젊은이들은 성장환경과 그들의 인식을 볼 때 과거 부모세대와 달리 구타나 인격적인 모욕 등과 같은 가혹행위를 견뎌내지 못한다. 이제 군은 그와같은 강압적인 악습을 철저히 제거하여 신세대에 맞는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끝으로 징병단계부터 정확하고 정밀한 인성검사를 실시하여 징집과정에서 정신취약상태자를 걸러내고 입대 후 부적응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통한 지도를 하되 상태가 중증이면 조기에 전역시켜야 한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육해공군 사병 50여만 명 가운데 2만 명 가량이 군생활 부적응으로 관찰이 필요한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육군만 봐도 사단별로 대략 200-300명 가량의 장병들이 자폐증 등 정신적 이상 때문에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있다. 관심사병의 경우 군입대 전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입대 후 병영 내에서의 구타와 가혹행위 등 폭력적인 문화로 인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병사들이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털어놓고 상담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육해공군 사병은 50여만명이나 되는데 심리상담사는 고작95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현실적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상의 이유로 심리상담사 확충을 더 이상 미룰 일은 아니다. 무고한 병사들의 희생을 가져오고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관심사병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바라건대 정부와 군당국은 재발을 막기위한 대책을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세워서 어떻게 시행할 지를 국민들 앞에 확실하게 내놓아야 한다. 과거에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다짐했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근본원인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올바른 진단을 통한 해법을 갖고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만이 국방의무를 신성하다고 말 할 수 있고 입대하는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이며 정부와 군이 부르짖는 국방개혁에 선행돼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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